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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제물 반대"…소·사과 최대산지 경북농가, 용산서 트럭 시위

중앙일보

2025.07.24 22:46 2025.07.2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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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후계농업경영인(한농연) 경북도연맹원들이 25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협상 농축산물 장벽철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후계농업경영인경상북도연합회 등 농민단체가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농민 500여명과 트럭 80여 대를 동원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16일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 반대 긴급 기자회견’의 후속 움직임이다.

농민단체들은 앞으로 진행될 한·미 무역 협상에서 미국산 소고기나 사과 등 농축산물 수입 확대가 협상 카드로 거론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지난 23일 미국이 부과한 25% 상호관세를 15%로 내리는 내용의 무역 합의 조건으로 쌀을 비롯한 일부 농산물 수입 확대를 내건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들끓는 농민단체…“국내 농업 기반 붕괴”

이들 농민단체는 집회에서 “농식품 분야의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축산물 시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결국 농축산업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추가 개방이 이뤄진다면 미국산 농축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이 더 거세지고 국내 농업 생산 기반 붕괴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한농연) 경북도연맹원들이 25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협상 농축산물 장벽철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미국 정부는 그간 농산물 분야에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미국산 쌀 수입 할당 확대’ ‘사과 수입 허용’ 등을 요구해 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식량안보와 농민 보호 측면에서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도 정부는 쌀·소고기·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등의 민감 사안은 대미 협상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민감한 식량용 농산물 대신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쓰이는 연료용 농산물 수입 확대를 카드로 고려 중이다. 연료용 옥수수는 이미 국내에서 수입·사용 중이며, 식량 시장과 별도로 운영돼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본 사례로 볼 때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지 않고 협상 타결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농민단체들은 농업 분야가 무역 협상의 ‘제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안동농산물도매시장에서 사과 경매가 한창이다. 사진 안동시

송종만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상북도연합회장은 “지금 협상 테이블에 무엇이 올라갔고, 어떤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불투명한 정부의 대응은 농민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라며 “만약 농축산물 시장을 다시 개방하려 한다면, 경북 농민들은 전국 농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국 최대 한우·사과 산지인 경북에서 농축산물 수입 확대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경북은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 전체 한우 사육 두수 329만334마리 중 71만6580마리(21.8%)를 차지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또 사과 생산량도 1만8000여 농가가 1만9000㏊ 면적에서 사과를 재배하면서 전국 생산량의 62%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다.



최대 한우·사과 산지 경북, 일제히 반대

만약 이번 협상으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나 미국산 사과의 수입이 대폭 개방된다면 국내 한우·사과 가격 폭락은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북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도 농축산물 수입 개방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미국산 소고기 모습. 뉴스1

경북 문경시의회는 지난 21일 시의원 전원이 참여한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안은 단순한 수입 확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과 지역 공동체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문제”라며 “정부가 미국산 농축산물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농민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흔드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경북도의회도 지난 9일 긴급 성명을 내고 “이는 농민을 통상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는 행태이며, 국민의 먹거리와 지역 경제의 근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정부는 어떠한 농산물도 통상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력히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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