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제51대 국방부 장관이 25일 취임사에서 “문민 통제의 원칙에 따를 것”이라고 밝히며 강도 높은 국방 개혁을 예고했다. 안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이자 64년 만의 문민 장관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흐트러진 군심을 수습하는 한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 등 산적한 동맹 현안도 다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오늘은 대한민국 국방의 역사에서 특별한 날”이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에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문민 통제의 원칙에 따를 것”이라면서다.
그는 군이 대내외적으로 마주한 도전을 구체적으로 ▶인구 절벽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 ▶국제 정세의 유동성 증대 ▶세계 각지의 전쟁 ▶급속한 첨단 전력의 발전 등으로 규정했다.
이어 “늦은 만큼 더욱 치밀하게 대내외적 위기에 대응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체제에 기반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바탕으로 신뢰와 소통, 강력한 힘의 완성을 통해서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강군’을 육성하는 데 진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의 취임사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청문회 발언이 계엄 사태와 관련한 신상필벌에 방점을 뒀다면, 취임사는 군심을 수습하고 모으는 데 중점을 뒀다. “우리 장병들이 군복을 자랑스러워하고 당당하게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처우·복지를 개선해 장병들을 지원하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안 장관이 전반적으로 개혁 기조를 밝히면서도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며 사안에 따라 완급 조절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내실 있는 국방 개혁과 AI(인공지능) 첨단 방위 역량 구축, 정신 전력 강화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완성해 나가겠다”며 “국방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인 만큼 속도보다는 방향에 중점을 둔 실질적 개혁을 통해서 군의 구조와 체질을 근원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 안 장관은 “우리 안보의 중심축”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도 심화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안 장관은 이와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주변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모색해 안정적 역내 질서를 유지하겠다”며 북·중·러 등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도 재확인했다.
안 장관은 이어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 하겠다”면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억제력을 갖추되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인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장관의 이날 취임식에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김명수 합참의장, 육·해·공군 총장 또는 직무대행, 국방부 실·국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안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국방력의 원천은 국민의 신뢰입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