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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캄보디아 충돌 배경엔 탁신-훈센家 '30년 우정' 파탄

연합뉴스

2025.07.2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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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배신' 이유 미지수…'태국정부 사기산업 단속 때문' 해석도
태국-캄보디아 충돌 배경엔 탁신-훈센家 '30년 우정' 파탄
훈센 '배신' 이유 미지수…'태국정부 사기산업 단속 때문' 해석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태국과 캄보디아가 25일(현지시간) 이틀째 대규모로 무력 충돌하면서 양국 실력자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와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의 관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둘은 30여전 전부터 '의형제'를 맺을 만큼 절친했지만 최근 돌연 훈 센 의장이 탁신 전 총리와 그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총리 '죽이기'에 나서 양측 관계가 악화했다.
게다가 캄보디아가 이번 교전에서 태국 민간인 14명을 숨지게 하는 등 탁신 세력이 이끄는 현 태국 정부에 큰 타격을 가하면서 두 사람의 '30여년 우정'은 이제 파탄으로 접어들게 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2년 통신 사업을 하던 탁신이 캄보디아에 진출, 훈 센 당시 총리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둘은 곧 의기투합, 의형제를 맺고 이후 30여년 간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2001∼2006년 총리를 지낸 탁신이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2008년 부정부패 등 혐의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을 때도 둘의 우정은 계속됐다.
훈 센은 도피 중인 탁신을 2009년 자신의 경제고문으로 임명해 탁신을 몰아낸 당시 태국 정부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하지만 오히려 "태국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탁신을 탄압한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신병을 인도해달라는 태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탁신의 조카딸이 훈 센의 최측근인 캄보디아 의원의 아들과 결혼하면서 두 가문의 친분은 한층 깊어졌다.
탁신은 2023년 8월 태국에 전격 귀국하기 직전에도 훈 센의 71번째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함께 캄보디아를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훈 센이 태국을 찾아 가석방된 탁신을 대면했고, 3월에는 당시 집권 프아타이당의 대표였던 패통탄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 센과 그의 아들 훈 마네트 총리를 만났다.
이처럼 지속돼온 두 가문의 절친 관계는 지난 5월 급작스레 이상 기류에 휩싸였다.
양국 군대가 영유권 분쟁지인 국경 지대에서 소규모 교전을 벌여 캄보디아군 병사 1명이 숨지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이에 패통탄 총리는 훈 센 의장에게 전화해 그를 '삼촌'이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또 국경 지대 부대를 지휘하는 분씬 팟깡 태국군 제2군 사령관이 자신의 반대 진영 인물이라면서 "그가 하는 말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우리는 국경에서 충돌이 일어나기 전의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두 가문의 친분에 호소해 분쟁을 풀려는 시도였지만, 훈 센 의장은 이런 통화 내용을 고스란히 녹음한 뒤 자국 정치인 약 80명에 뿌려 버렸다.
온라인에 퍼진 통화 내용을 접한 태국 여론이 발칵 뒤집혔고,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총리가 태국군을 모욕해 헌법 윤리를 위반했다는 해임 심판 청원을 받아들여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훈 센 의장이 자신을 믿은 탁신 가문의 뒤통수를 제대로 친 셈이다.
훈 센 의장은 이후 탁신을 향해서도 '아프다는 이유로 가석방됐지만 사실은 꾀병을 부렸다', '태국 국왕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같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처럼 훈 센 의장이 왜 갑자기 30여년 우정을 내팽개치는 선택을 했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다.
이에 대해 BBC 방송, 더타임스 등 외신들은 올해 패통탄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사기 작업장 단속에 주목했다.
최근 수년간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등이 벌어지는 거대 사기 작업장이 캄보디아 곳곳에 들어서면서 이 나라는 미얀마와 더불어 세계적인 사기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사기 작업장 53곳 이상이 캄보디아 당국의 묵인 아래 사기는 물론 폭력·고문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심지어 캄보디아 사기 산업 규모가 연간 125억 달러(약 17조원)로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에 이른다는 미국 싱크탱크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중국 배우가 태국에서 납치돼 사기 작업장에 끌려간 사건을 계기로 패통탄 정부는 대대적인 사기 단속에 나섰고, 캄보디아와 미얀마에도 동참을 압박했다.
더타임스는 '깨어진 우정은 어떻게 태국-캄보디아 무력충돌의 배경이 됐나'라는 기사에서 훈 센 의장이 옛 친구 탁신에 등을 돌린 것은 태국의 사기 센터 단속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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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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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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