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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성장의 덫 피하려면 기업 옥죄기 자제해야

중앙일보

2025.07.25 08:24 2025.07.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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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올해 0%대 경제 성장률 전망



관세 영향 본격화하면 충격은 불가피



반기업 입법에 기업 활동 위축 우려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다. 미국의 관세 폭탄은 수출 주도의 개방 경제 체제인 우리 경제에 불안 요인이다. 미국과의 협상에 이상 기류까지 감지되며 위기감은 커진다. 저출산·고령화의 부담 속 경제 성장을 견인할 내부의 성장 동력도 약화하고 있다. 저성장의 덫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국내외 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터무니없는 걱정이 아니다. 1% 아래의 전망이 주를 이루며, 사실상 0%대 성장률이 예상된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낮춘 데 이어,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 23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 전망치(1.5%)의 절반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올해 0%대 성장률 전망은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 경제의 부진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그나마 한숨을 돌린 건 1분기에 뒷걸음질(-0.2%)했던 성장률이 2분기(0.6%)에 반등하면서다. 계엄과 탄핵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1%대 성장률에 턱걸이라도 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8%씩 성장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체력을 생각하면 달성하기 만만치 않은 목표치다.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해 민생지원금 등을 포함한 35조원 규모의 1·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소비 위축 등으로 식어가는 경기에 일시적으로 온기가 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풀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근본 방안은 될 수 없다.

게다가 상호관세 유예 조치로 2분기 성장률에는 관세 인상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4월부터 부과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의 영향으로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5.8%나 줄었다. 품목 관세에 따른 개별 기업의 충격이 이 정도인데, 전면적인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파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구조적 저성장 우려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김민호 KDI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성장 기업’(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는 기업)이 2009년에는 전체의 11.9%였지만, 2022년에는 8.1%로 줄었다.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견인하던 고성장 기업이 줄어들면 산업 역동성이 떨어지고 성장 속도 둔화도 피할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이런 문제적 상황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동시에 이를 극복할 최전선에 서 있는 것도 기업이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투자와 고용이 줄면서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관세 충격에 기업 수출까지 타격을 입는다면 한국 경제는 더 큰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 친노조’ 성향의 ‘진영 입법’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다시 25%로 올리고, 집중투표제와 자사주 소각 의무를 담은 더 세진 상법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노란봉투법 처리도 예고돼 있다.

정부와 여당이 관세 협상 대응 차원에서 재계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말로는 기업 주도 성장을 외치면서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과 규제를 추진하는 모순을 깨지 못한다면 저성장의 덫은 빠져나오기 힘든 늪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뛰고 생산·투자·고용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는커녕 모래주머니만 주렁주렁 달아대는 건 국가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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