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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당 반대하려고…독일 주의회 투표지에 나치卐 쓴 진보 의원

연합뉴스

2025.07.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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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커지자 자수…"'극우당 투표는 혐오 지지' 보여주려 했으나 잘못"
극우당 반대하려고…독일 주의회 투표지에 나치卐 쓴 진보 의원
논란 커지자 자수…"'극우당 투표는 혐오 지지' 보여주려 했으나 잘못"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주의회 표결에서 나치 상징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갈고리 십자)를 그린 투표지가 발견됐다. 범인은 뜻밖에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 의원이었다.
25일(현지시간)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소동은 전날 오후 바텐뷔르템베르크 주의회에서 벌어졌다. 주의회는 독일 바텐뷔르템베르크·라인란트팔츠와 프랑스 그랑테스트, 스위스 바젤 등 라인강 상류 지역 의회 모임인 오버라인협의회 부회장을 비밀투표로 뽑을 계획이었다.
AfD 의원 2명이 출마했으나 모두 기준에 못 미치는 표를 얻어 떨어졌다. 개표 과정에서 후보 중 한 명인 AfD 소속 베른하르트 아이젠후트 의원의 이름 옆에 '卐' 모양의 하켄크로이츠를 그린 투표지가 나오자 파문이 일었다.
무테렘 아라스 의장(녹색당)은 "누군가 투표지에 하켄크로이츠를 그려넣은 건 의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구역질이 난다. 반헌법적 상징물 사용은 범죄"라고 말했다.
나치당 공식 표지인 하켄크로이츠는 전후 독일에서 최고 수준의 금기일뿐 아니라 이를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문제의 투표지를 넘겨받은 경찰은 "지문 채취는 하지 않겠다"며 자수를 압박했다.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된 AfD가 우선 의심받았다. 그러나 문제의 투표지는 SPD와 녹색당 의원들만 쓴 투표함에서 나온 걸로 확인됐다. 아이젠후트 의원은 곧바로 위헌상징물 사용과 모욕 등 혐의로 '성명 불상' 의원을 고소·고발했다.

파문이 전국으로 퍼지자 하켄크로이츠를 그린 당사자가 하루 만에 자백했다. 범인은 SPD 소속 다니엘 보른 부의장이었다. 그는 이날 AfD를 제외한 다른 정당 동료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제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 충동적으로 AfD 후보 이름 옆에 하켄크로이츠를 표시했다"며 "어떤 선거에서든 AfD에 주는 표는 우익의 혐오와 선동에 던지는 표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부의장에서 사퇴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라스 의장은 의원직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진보 정당 의원이 극우 정당을 비판할 목적으로 하켄크로이츠를 그렸다고 자백하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또다른 논쟁이 벌어졌다. 비밀투표 용지에 나치 문양을 그린 게 형법이 규정한 '반포 또는 사용'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다. 검찰은 "범죄의 합리적 의심이 있는지 우선 확인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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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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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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