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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할까…미국대두 농부가 말하는 미래 [쿠킹]

중앙일보

2025.07.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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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매일’. 바로 ‘소이 캠페인 하우스’의 주제이자 슬로건이다. ‘소이 캠페인 하우스’는 미국대두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지난 6월 5일~19일 동안 열렸다. 미국대두의 지속가능한 농법과 콩의 영양을 알기 쉽게 전시한 이번 현장에서 미국대두를 생산하는 농부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내일을 위한 매일’을 누구보다 잘 실천해온, 미국대두의 지속가능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주인공들이다. 인디애나주에서 3대째 농장을 운영하는 크리스 에크(Chris Eck) 농부와 오하이오주에서 4대를 이어온 칼 크루거(Carl Krueger) 농부에게 지속가능한 농업이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생산하는 미국 대두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미국 농부 칼 크루거(왼쪽)와 크리스 에크, 사진 나승보


Q : 두 분의 농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크리스 에크(이하 에크): 인디애나 출신이다. 인디애나주는 콘 벨트(Corn Belt)에 포함된다. 콘벨트는 옥수수와 콩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미국의 중서부 지역을 말한다. 같은 인디애나주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토양의 조건은 좀 다르다. 동쪽은 재배하기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고, 남쪽으로 가면 토양이 살짝 거친 편이다. 보그스타운(Boggstown)에 있는 우리 농장은 그 중간 정도에 있다.
칼 크루거(이하 크루거): 내가 있는 곳은 오하이오주의 베를린 하이츠(Berlin Heights)다. 오하이오주 북부에 있는 도시 클리블랜드와 가깝다. 500마일 정도를 가면 아름다운 담수 호수인 ‘이리호수(Lake Erie)’가 있다. 도시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Q :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건 언제인가.
에크: 미국 농부들은 대부분 가족농이고 우리 농장도 마찬가지다. 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한 건 열세 살 때다. 어른들이 내게 8에이커(32,375㎡)의 땅을 따로 할당해주셨다.


Q : 가장 먼저 심은 작물이 궁금하다. 작황은 어땠나.
에크: 대두였다. 작황은 괜찮았다. 열세 살 때는 뭘 하든 다 만족했으니까(웃음).
크루거: 나는 4대째이고, 처음 농부 일을 시작한 건 열네 살 때다. 우리는 300에이커 정도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무렵 아버지가 다치시면서 50에이커(202,343㎡)의 규모의 땅에서 직접 재배를 하게 됐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재배할 수 있도록 빌려줬다. 그리고 열여덟 살이 됐을 때, 여름에는 농장 일을 운영하고 겨울엔 대학을 가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인디애나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크리스 에크 가족들. 사진 크리스 에크


Q : 지속가능한 농법을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
에크: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전환했다는 표현보단, 계속 지속가능한 농법을 실천해왔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린 늘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두고 있고, 무엇보다 토양은 농부의 자산이다. 그래서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 비료를 너무 많이 투입해 토양이 부식되거나 하는 부분들을 막는 노력을 하는 이유다.
크루거: 실제로도 토양을 일부러 훼손하는 농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부모 시대와 비교하면 그동안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끊임없이 개선되어 온 농법을 사용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해오고 있다.


Q : 농사에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 접하나. 정보를 공유하거나 상의하는 모임이 따로 있나.
에크: 지방정부나 민간기업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윗세대, 즉 다른 연차 있는 농부를 통해 이야기를 듣는다. 또 스스로 경험을 통해서 파악하기도 한다.
크루거: 실제로 ‘무경운(작물을 재배한 후 밭을 갈지 않거나 일부 남긴 후 다음 작물을 재배하는 보존 농법) 컨퍼런스’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 이때 농부들과 다양한 논의를 한다. 그런데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다 보면, 열 명 정도는 좋다고 하고 다른 열 명은 반대 의견을 피력한다. 어쨌든 이런 경험들을 공유하며 배워나가는 것 같다. 아이디어는 정부를 통해 받기도 하지만 결국, 새로운 걸 실행할 때는 농부의 경험이 토대가 되는 것 같다.

오하이오에서 4대에 걸쳐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칼 크루거 가족들. 사진 칼 크루거


Q : 미국의 농장 규모는 상당히 큰데, 가족 단위로 경영하는 게 가능한가.
에크: 필요할 때마다 일손을 구해 작업한다. 정밀농업 기술도 활용한다. 작물을 얼마나 파종할지, 비료는 어디에 어느 정도의 양으로 살포할지 기술이 도와주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크루거: 마찬가지다. 정밀농업 중에는 ‘일드 맵(Yeild map)’이란 도구가 있다. 콤바인 같은 수확용 장비의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GPS의 위치 정보를 결합해 농장의 작물 수확량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지도다. 일드 맵을 사용하면 비료를 살포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 물이 더 필요한 지역 등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어떻게 경작하는 게 더 효과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서 시간이나 일손을 단축해준다.


Q : 농사는 기본이고 새로운 기술도 익혀야 하며 운영도 잘해야 하는 게 농부 같다.
에크: 궁극적으로 농부는 자기가 소유한 토지에서 최대한 토양을 보존하면서 품질 좋은 작물을 재배해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지속가능성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많은 농부가 간과하는 부분도 있다. 수확한 작물을 잘 마케팅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인디애나대두협회나 오하이오대두협회 같은 곳들이 마케팅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지역의 농가를 도와 마케팅과 판매를 돕고 있다.
크루거: 앞으로는 마케팅은 물론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많이 쓰는 표현인데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이란 말이 있다. 별도의 유통 과정이 없이 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이 소비자의 테이블까지 직접 가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농부들 역시 더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마케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농작물의 품질이 어느 때보다 가장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서 원하는 품질, 원하는 형태의 식품으로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에게 비옥한 농장을 물려주기 위해 지속가능한 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미국 농부들. 사진 미국대두협회


Q : 농장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중요하게 보는 가치가 있다면.
크루거: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로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앞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 또는 농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저 종자를 파종하는 일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경제・회계를 아우르는 비즈니스에 관한 지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딸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다음 세대가 이 일을 물려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Q : 농장을 물려받게 하기 위한 특별한 교육인가.
크루거: 희망 사항이다(웃음).
에크: 보통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자'고 말하는데, 나는 이 말을 좀 다르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더 나은 아이들을 물려주자”고 바꿔서 말하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러려면 열심히 해야 하는데, 토대는 역시 교육이다. 교육을 기반으로 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또 옳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쉬운 길을 택하거나 잘못된 길을 가는 건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Q : 이런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에크: SNS다(웃음). SNS를 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일, 그걸 키우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지난 6월 소이캠페인 하우스에서 열린 관계자 세미나. 농부 크리스 에크가 환경과 토양을 보전하면서도 대두의 수확량을 늘리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 나승보


Q : 기후 문제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농부로서 기후변화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나.
크루거: 오하이오주는 강수량이 줄긴 했다. 비가 예전만큼 오진 않지만, 한번 오면 굉장히 많이 내려 기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올해만 봐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파종이 늦어지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를 들면 타일 배수(Tile drainage)란 농법이 있다. 지하에 타일 모양의 배수 설비를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는 방법이다. 작물이 지나치게 습해지지 않도록 지하수나 빗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해 토양의 수분을 조절해주는 방법이다. 이때 배수로는 15~20피트 간격으로 설치해, 토양 속 영양성분이 빠져나가지 않고 풍부하게 남아 있도록 작업한다.
에크: 수로와 타일 배수는 토양을 보존하는 건 물론이고. 작황에도 도움이 된다. 또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사실 기후가 변함에 따라 예전에는 2개월 안에 작업하면 되는 일을, 이제는 열흘 안에 끝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다행인 건 그사이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장비의 규모도 커졌다는 점이다. 기술과 장비를 도구 삼아 조금 더 빨리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 크루거 농부가 지난 6월 소이캠페인 하우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 나승보


Q : 지속가능성을 실행해온 농부로서, 지속가능한 농법을 정의한다면.
크루거: 농업의 대를 잇는다는 것은 살아 숨 쉬는 생명력 있는 걸 물려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농법이란 이 생명력을 지금보다 낫게 만드는 일, 그리고 기술을 통해 개선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에크: 내 생각도 비슷하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함께 상승할 수 있는 것,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일들이 ‘지속가능성’이다. 나는 지금의 토지가 10년, 그리고 100년, 또는 1000년 후에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작물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일 역시 지속가능성이라고 본다. 언젠가 딸이 달팽이 세 마리를 그려서 보여준 적이 있다. 조금씩 크기가 커지는 세 마리의 달팽이 그림이었다. 천천히(slow) 그러나 끊임없이(constant) 개선(improvement)하는 우리 농장을 의미한다고 하더라. 우리 농장의 가치를 좋은 아이디어로 잘 담아줬다고 생각했다.


Q : 서울에서 열린 ‘소이 캠페인 하우스’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하다.
에크: 나는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서울에 와서 보니, 많은 사람이 행복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사람들이 더 나은 제품을 원한다는 걸 느꼈다. 우리가 더 나은 무언가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크루거: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나는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렇게까지 감사함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서울까지 와서 직접 고객들을 만나고 나니 감사함이 와 닿았다.


Q : 마지막으로 한국의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크: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은 늘 신뢰해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합리적 가격에 고품질 작물을 여러분이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말이다. 고객이 원하는 만큼 항상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크루거: 영혼과 마음을 다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황정옥·이세라 기자 [email protected]



황정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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