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억울함의 암세포가 파고들어"..'이태원 희생자' 故이지한, 별세 1000일 [종합]

OSEN

2025.07.25 18:3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사진]OSEN DB.

[사진]OSEN DB.


[OSEN=박소영 기자]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이지한의 모친이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25일 고 이지한의 SNS에 “너를 못본 지 1000일이라니.. 서럽게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지한은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대규모 압사 참사의 피해자 159명 중 한 명이다. 드라마 ‘꼭두의 계절’을 남기고 안타까운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고 이지한의 모친은 “지한아 오늘이 너를 못 본 지 1000일이 되었다네”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 괜찮아졌지? 라는 위로의 말에 엄마는 더 숨통이 조여왔고, 답답하기 만한 내 심장에 그리움과 억울함의 울퉁불퉁한 암 세포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촘촘하고 치밀하게 찰나마다 파고드는 것 같아”라고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엄마는 네가 떠나기 직전의 아름다웠던 24살 그날에 지금도 멈춰져있어. 먼 나라에 촬영 갔다 돌아오는 중이라 그래.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거야. 지한이도 빨리 집에 오고 싶은데 못 오는 거야. 엄마는 이렇게 매시간 자기 최면을 걸며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나 혼자만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어서 너와 함께했던 사진만 보며 추억으로 현실을 차곡차곡 덮고 있어”라고 덧붙였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다음은 이지한 모친이 남긴 전문이다.

너를 못본 지 1000일이라니 서럽게 보고 싶은 아들에게

지한아 오늘이 너를 못 본 지 1000일이 되었다네

사람들은 잊고 싶을 때 머리를 흔들며 두 눈을 감던데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두 팔로 무릎을 꽉 감싸고 아주 살짝 눈을 감곤 해. 혹시 너를 놓칠까봐 꽉 감지도 못한 채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너를 일부러 만나러 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 괜찮아졌지?

라는 위로의 말에 엄마는 더 숨통이 조여왔고, 답답하기 만한 내 심장에 그리움과 억울함의 울퉁불퉁한 암 세포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촘촘하고 치밀하게 찰나마다 파고드는 것 같아

결국 내 심장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그 어떤 치료약도 치료법도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지만 1000일 동안의 서러움을 감추고 싶었던 나는 대꾸도 없이 입술을 꽉 다문 채 고개만 떨구게 되드라.

대답할걸 그랬어.

길에서 이유 없이 자식을 잃은 엄마의 고통은 눈이 감기고 귀가 닫히고 심장을 도려내야만 끝이 날 거 같다고 말이야

엄마는 네가 떠나기 직전의 아름다웠던 24살 그날에 지금도 멈춰져있어.

먼 나라에 촬영 갔다 돌아오는 중이라 그래..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거야..

지한이도 빨리 집에 오고 싶은데 못 오는 거야...

엄마는 이렇게 매시간 자기 최면을 걸며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나 혼자만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어서 너와 함께했던 사진만 보며 추억으로 현실을 차곡차곡 덮고 있어.

너무 억울해서 그래

너무 서러워서 그래

너무 아까워서 그래

엄만 그래

1000일 전으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2000일 3000일이 순번 타듯 기다리고 있다는 게 엄마는 너무 무섭고 억울해.

지난 일을 되돌아보면, 소중한 생명을 외면한 무책임한 위정자들에 맞서 2년 넘는 긴 시간을 광장에서 보내며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옷이 다 젖은 채로 혼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하는 외로움을 견뎌야 했고, 이불처럼 넓고 굵은 눈이 내리는 날이면 두 눈만 내 놓은 채 은박 담요로 온 몸을 덮고 네 또래의 키세스 군단들과 섞여 보라색 별봉을 하늘 높이 흔들었던 생생한 기억들이 그나마 나를 위로하고 있어.

그날들에 들었던 보라색 별봉과 피켓들이 마치 우리집의 가보인 듯 네 사진 아래 당당하게 모셔 놓고 무슨 업적이나 이룬 듯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등 뒤로 밀려오는 싸늘하고 허탈한 두려움, 그건 아마도 엄마가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허우적대도 너와 함께 했던 날들로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

보고픈 내 아들아

엄마는 네게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라도 전하고 있는데

지한이 너도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너의 말을 엄마도 간절하게 듣고 싶은데..

네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듣고 싶은데...

그날의 진실까지도 듣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이 상황이 나를 더 괴롭게 해

내가 꾸는 꿈속에서조차도 네 목소리도 못 듣고 끝나는 일이 많은데...

지한아 엄마는 말이야

엄마는...

더 이상 못 쓰겠어 시간이 갈수록 더 못 쓰겠어 그냥 허망해..

그냥 서러워 그냥....

그냥 서럽고 분해...

 /[email protected]

[사진] 제공


박소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