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이지한의 모친이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25일 고 이지한의 SNS에 “너를 못본 지 1000일이라니.. 서럽게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지한은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대규모 압사 참사의 피해자 159명 중 한 명이다. 드라마 ‘꼭두의 계절’을 남기고 안타까운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고 이지한의 모친은 “지한아 오늘이 너를 못 본 지 1000일이 되었다네”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 괜찮아졌지? 라는 위로의 말에 엄마는 더 숨통이 조여왔고, 답답하기 만한 내 심장에 그리움과 억울함의 울퉁불퉁한 암 세포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촘촘하고 치밀하게 찰나마다 파고드는 것 같아”라고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엄마는 네가 떠나기 직전의 아름다웠던 24살 그날에 지금도 멈춰져있어. 먼 나라에 촬영 갔다 돌아오는 중이라 그래.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거야. 지한이도 빨리 집에 오고 싶은데 못 오는 거야. 엄마는 이렇게 매시간 자기 최면을 걸며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나 혼자만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어서 너와 함께했던 사진만 보며 추억으로 현실을 차곡차곡 덮고 있어”라고 덧붙였다.
[사진]OSEN DB.
다음은 이지한 모친이 남긴 전문이다.
너를 못본 지 1000일이라니 서럽게 보고 싶은 아들에게
지한아 오늘이 너를 못 본 지 1000일이 되었다네
사람들은 잊고 싶을 때 머리를 흔들며 두 눈을 감던데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두 팔로 무릎을 꽉 감싸고 아주 살짝 눈을 감곤 해. 혹시 너를 놓칠까봐 꽉 감지도 못한 채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너를 일부러 만나러 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 괜찮아졌지?
라는 위로의 말에 엄마는 더 숨통이 조여왔고, 답답하기 만한 내 심장에 그리움과 억울함의 울퉁불퉁한 암 세포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촘촘하고 치밀하게 찰나마다 파고드는 것 같아
결국 내 심장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그 어떤 치료약도 치료법도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지만 1000일 동안의 서러움을 감추고 싶었던 나는 대꾸도 없이 입술을 꽉 다문 채 고개만 떨구게 되드라.
대답할걸 그랬어.
길에서 이유 없이 자식을 잃은 엄마의 고통은 눈이 감기고 귀가 닫히고 심장을 도려내야만 끝이 날 거 같다고 말이야
엄마는 네가 떠나기 직전의 아름다웠던 24살 그날에 지금도 멈춰져있어.
먼 나라에 촬영 갔다 돌아오는 중이라 그래..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거야..
지한이도 빨리 집에 오고 싶은데 못 오는 거야...
엄마는 이렇게 매시간 자기 최면을 걸며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나 혼자만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어서 너와 함께했던 사진만 보며 추억으로 현실을 차곡차곡 덮고 있어.
너무 억울해서 그래
너무 서러워서 그래
너무 아까워서 그래
엄만 그래
1000일 전으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2000일 3000일이 순번 타듯 기다리고 있다는 게 엄마는 너무 무섭고 억울해.
지난 일을 되돌아보면, 소중한 생명을 외면한 무책임한 위정자들에 맞서 2년 넘는 긴 시간을 광장에서 보내며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옷이 다 젖은 채로 혼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하는 외로움을 견뎌야 했고, 이불처럼 넓고 굵은 눈이 내리는 날이면 두 눈만 내 놓은 채 은박 담요로 온 몸을 덮고 네 또래의 키세스 군단들과 섞여 보라색 별봉을 하늘 높이 흔들었던 생생한 기억들이 그나마 나를 위로하고 있어.
그날들에 들었던 보라색 별봉과 피켓들이 마치 우리집의 가보인 듯 네 사진 아래 당당하게 모셔 놓고 무슨 업적이나 이룬 듯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등 뒤로 밀려오는 싸늘하고 허탈한 두려움, 그건 아마도 엄마가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허우적대도 너와 함께 했던 날들로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