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WA "가자에 구호품 공중 투하? 민간인 죽일 수도"
하마스 측 "영유아 4만명 며칠 내로 아사할 가능성"
(이스탄불·파리=연합뉴스) 김동호 송진원 특파원 =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기아 상황을 완화하고자 구호품의 공중 투하를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했다.
26일(현지시간) 필리페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공중 투하로는 갈수록 심해지는 기아를 되돌릴 수 없다"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며, 굶주리는 민간인을 죽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는 구호물자의 전용을 막을 수 없다"며 "이는 주의를 분산시키는 연막작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인위적 기아는 정치적 의지로만 해결할 수 있다"며 "봉쇄를 해제하고, 검문소를 개방하고, 안전한 운송과 사람들의 접근을 보장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 5월부터 이스라엘이 미국 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으로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배급 통로를 일원화하고 유엔 및 국제기구의 가자지구 내 활동을 통제하는 데 따른 지적이다.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UNRWA는 요르단과 이집트에 있는 트럭 6천대에 대한 가자지구 진입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UNRWA 등 유엔과 파트너들이 관료주의적인, 정치적인 장애물 없이 대규모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에 따른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봉쇄가 장기화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쪽의 케렘샬롬 국경검문소 앞에 구호품이 쌓여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구호품 트럭의 가자지구 반입을 막지 않지만, 유엔과 국제기구가 GHF 배급소로 구호품을 옮기는 일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날 알자지라 방송은 유아인 자이나브 아부 할리브가 분유를 구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숨졌다며 가자지구에서 기아로 사망한 이가 123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공보국은 이 지역의 2세 이하 영유아 10만명 중 4만명이 며칠 내로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 지구에 구호품 반입을 전면 허용하라는 국제 사회의 요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오전 통화해 가자 지구 내 즉각적인 휴전, 구호 제한 조치 해제, 식량 지원 제공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두 지도자에게 영국이 요르단 등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 구호물자를 공중 투하하고, 의료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대피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총리실은 세 정상이 "긴급히 필요한 휴전을 지속 가능한 평화로 전환하기 위해 강력한 계획이 마련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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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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