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대만에서 진행된 친중성향 야당 국민당 의원들에 대한 파면(국민소환) 투표가 모두 부결된 것과 관련, 집권 민진당 소속인 라이칭더 총통이 이번 투표로 '공산주의 반대'를 더욱 확립했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대만중앙통신·연합조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라이 총통은 "투표 결과에 대해 모두가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오늘의 결과는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다. 파면과 파면 반대는 모두 헌정 제도상의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역량에 깊이 감사한다. 이는 헛되지 않았다"면서 국내 정치적 의의를 평가한 뒤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대만을 지키는(反共護臺) 국가 방향을 더욱 확립했으며, 이러한 국민 역량을 더욱 결집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오늘 이후 여전히 많은 도전이 있지만 우리는 대만이 헌정 제도를 통해 내부 갈등을 풀 능력을 갖춘 국가임을 세계에 증명해야 한다"면서 정치권과 사회 각계가 민주 자유라는 헌정 제도를 계속 수호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진당은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인다"면서도 모든 정당이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번 투표에 대해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대만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여러분의 행동이 대만의 민주주의 역사를 써 내려갔으며 정당 대결을 위한 선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민진당 소속인 차이잉원 전 총통도 대만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한 걸음이라면서, 라이 총통과 민진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제1 야당 국민당 소속 의원 24명에 대한 이번 파면 투표는 민진당 정권의 지지 속에 일부 시민단체가 추진한 것으로, 투표 결과 모두 부결됐다.
이번 투표는 친미·반중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 총통이 '여소야대' 구도를 깨기 위해 내놓은 승부수였던 만큼, 정권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은 라이 총통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펴고 있다.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라이 총통이 진심으로 대만인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누구도 일당독재를 꿈꾸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이들이 안정을 택했다는 점"이라면서 "특정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대만인들의 대승리"라고 말했다.
제2야당인 민중당의 황궈창 주석도 라이 총통이 사과하고 줘룽타이 행정원장(총리 격)이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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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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