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전주·완주 행정 통합을 추진 중인 김관영 전북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잇따라 수난을 겪었다. 통합에 반대하는 완주군의원과 일부 군민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물벼락까지 맞았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우범기 시장은 지난 25일 오전 11시 50분쯤 완주군 봉동읍 생강골 전통시장 내 한 식당에서 통합 찬성 단체 회원 10여명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때 통합 반대 측 군민 10여명이 몰려와 “뭐하러 왔냐” “우범기는 물러가라” 등 소리치며 욕설을 퍼부었다. 여기에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 등 군의원 2~3명도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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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처벌 고려 안 해”
이에 우 시장은 간담회를 중단하고 식당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한 군민이 컵에 있던 물을 우 시장 얼굴에 끼얹었다. 이후에도 우 시장은 허리춤을 잡히고, 전주시 공무원 일부는 멱살을 잡혔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반대 측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우 시장은 상인 피해를 우려해 이날 오후에 예정된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우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간담회가 중단돼 안타깝다”며 “완주·전주 통합은 (전주시와 완주군이) 함께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꾸준히 완주군민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주시 관계자는 “가해자 처벌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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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사, 완주에 전입 신고…“쇼하지 마”
김 지사도 완주군을 찾을 때마다 몸싸움은 물론 욕설·고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반복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7월과 올해 3·6월 세 차례에 걸쳐 완주군민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완주군의회와 반대 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오는 8~9월 통합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를 앞두고 “완주군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최근 사비를 들여 완주 삼봉지구 월세 아파트로 이사한 뒤 지난 21일 부인 목영숙씨와 함께 삼례읍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 신고를 마쳤다. 이때도 완주군의원과 반대 측 주민 수십 명은 김 지사를 에워싼 채 “쇼하지 말라”고 항의해 양측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김 지사는 같은 날 전북도청으로 장소를 옮겨 우 시장을 비롯해 정동영(전주병)·이성윤(전주을) 국회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찬성 단체들이 제안한 105개 상생 발전 방안을 ‘통합시 설치법’에 명문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생안엔 ▶정부 통합 인센티브 완주 전액 투자 ▶완주군민 현재 혜택 12년 이상 유지 ▶완주군의원 수 최소 11명·지역구 12년 유지 ▶통합 시청사·시의회 청사 완주 건립 ▶완주군민 동의 없는 혐오·기피 시설 이전 불가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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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정치적 줄다리기…함께 해법 모색해야”
기자회견 도중 완주군의원들은 “주민 갈등을 어떻게 책임질 거냐” “김 지사는 통합이 무산되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정 의원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21조를 언급하며 “완주군민·전주시민 누구나 기자회견에 참여할 수는 있으나 이를 방해할 자유는 없다”며 “완주·전주 통합은 조곤조곤 앉아서 득실을 따져볼 문제이고, 역사를 곱씹고 미래를 가늠해 볼 그런 주제”라고 일갈했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겸 공공갈등과 지역혁신 연구소장은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전북의 미래를 만들고 지역 불안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찬반 각 진영이 서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총력전을 펼치는 정치적 줄다리기 국면으로 돌입했다”며 “예정된 전주시장과 완주군수의 양자 토론은 각자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고, 특별한 전환점이 없는 한 이런 평행선은 지속하거나 때로는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갈등을 조장하고 일방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