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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중요성 커지는 조선산업, 산자부 관할이 타당

중앙일보

2025.07.27 08:01 2025.07.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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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미국 트럼프 2기 정부는 조선산업을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재조명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도 조선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국정과제에서 조선산업을 주요 분야로 선정하며 산업적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은 단순히 배를 만드는 것을 넘어, 기계공학과 정밀소재, 디지털 설계·제어, 고부가가치 기자재,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복합된 첨단제조산업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로봇 기술까지 접목되며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다. 선박 한 척에는 수많은 기술자와 수천 개의 연관 산업이 관여돼 있어, 조선산업은 국가 산업 생태계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허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조선산업의 소관 부처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해양수산부로 이관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런 논의가 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국제 통상 환경, 미래 전략 기술 발전 흐름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공업정보화부 주도로 ‘조선산업 개혁 및 변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기술 혁신, 스마트 제조, 글로벌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경제기후보호부가 친환경 선박 개발과 디지털화를, 프랑스는 산업경제부가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기술개발 및 고부가가치 연구개발(R&D)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모두 조선산업을 단순 제조가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조선은 해운·수산처럼 특정 산업에만 속하지 않는다. 설계, 기술, 인프라, 기자재, 에너지, 수출, 금융, 통상까지 아우르는 종합 산업이기에, 제조업과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산자부 관할이 타당하다고 본다. 글로벌 통상환경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조선을 미국 산업 재건의 핵심으로 강조하며 한국과 협력을 확대하려 한다. 특히 유지·보수·정비(MRO) 분야까지 협력을 제안한 것은 조선산업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한 결과다.

조선산업이 해수부로 이관된다면 산업기술과 통상전략의 연계가 약화되고, 공급망과 수출 경쟁력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산업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정치적 판단으로 이관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통상 압력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벌어지는 시점으로, 산자부가 전략적으로 조선산업을 관리하는 체계를 유지해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조선산업은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의 국가 전략산업 역할을 해온 산업과 통상의 중핵이다. 산자부가 조선해양플랜트산업 정책을 좀 더 전문화해 조선 강국의 패권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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