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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중국 경제 ‘리밸런싱’의 양면

중앙일보

2025.07.27 08:10 2025.07.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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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관세 뉴스 속에 묻힌 지표가 하나 있다. 중국 GDP는 상반기 5.3% 성장하며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수출 경쟁력 방어와 내수 침체 완화를 위한 점진적인 재정 부양책이 주효했다고 평가된다.

숫자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중국 경제의 ‘재균형(rebalancing)’이라는 구조적 전환이 감지된다. 성장의 중심축이 전통적인 인프라와 부동산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제조업 투자는 실질 GDP 성장률을 꾸준히 상회해 왔다.

김지윤 기자
특히 첨단 기술 제조업은 지난 12개월간 전체 제조업 평균보다 약 4%포인트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과거의 포괄적 산업 지원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선택적·전략적 개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제조업의 회복은 수출 덕분이다. 정부가 보조금과 산업 정책으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높였고, 덕분에 세계 시장의 요구에 잘 맞출 수 있었다. 중국 국내 시장에서는 물가가 낮고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 제조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결국 기업들은 중국 안에서 파는 것보다 수출이 더 돈이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중국은 ‘많이 만드는’ 제조업 국가에서 ‘잘 만드는’ 첨단 제조업 국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점차 정밀해졌고, 내수의 한계는 오히려 기업들을 글로벌 시장으로 밀어내는 촉진제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호조 뒤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강해 보이지만, 첨단 기술 수출 품목(전자부품·의료장비·컴퓨터·음향기기 등)은 생산 과정에서 외국산 중간재에 크게 의존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핵심 부품을 의존하는 중국은 지정학적 변수에 대한 민감성을 피할 수 없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뿐만 아니라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경쟁 신흥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내부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3년 이후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재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 경제는 한 번 쌓인 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재고는 앞으로 생산을 줄이는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첨단 제조업 전략은 한편으로는 유의미한 전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잉생산과 글로벌 의존성이라는 리스크를 내포한 양날의 검이다. 수출 호조의 이면에는 내수 부진, 공급망 취약성, 재고 부담이라는 구조적 과제가 겹쳐져 있다. 재균형은 시작되었지만, 과연 그 완성이 순탄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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