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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 공격으로 선명성 경쟁…막가는 집권 여당 대표 경선

중앙일보

2025.07.27 08:28 2025.07.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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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오른쪽), 박찬대 후보가 27일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박찬대 “야당 45명 제명”, 정청래 “국민의힘 해산”



강성 당원 표심 노리고 반민주·반헌법 주장 난무

새 대표를 뽑는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를 앞두고 상식 밖의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국회의원 45명이 윤석열 내란 사태에서 인간 방패 역할을 했다”며 이들에 대한 제명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1월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할 때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였던 국민의힘 의원들을 국회에서 내쫓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현역 의원이 제명당한 것은 유신 정권 말기였던 1979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가 유일하다. ‘김영삼 제명’ 파동은 부마 사태의 도화선이 됐으며 10·26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비극을 잉태했다.

지난 탄핵 정국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구하기’에 나선 것을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비판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의원 제명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야당 의원 45명을 제명한다는 건 야당을 공중분해하고 국회를 민주당 1당 체제로 만들겠다는 소리다. 비상계엄과 맞먹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의원 제명은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현실성도 없다. 박 의원이 야당 의원 대거 제명을 외치는 건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의원을 의식한 선명성 경쟁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황당한 주장이 이재명 정부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과격성에선 정 의원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 정 의원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국회가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내란 수괴 혐의자가 1심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나오면 국민의힘을 해체하자는 국민적 요구가 들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던진 1439만 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여야 관계를 끝장내고 나라만 혼란스럽게 만들 뿐 헌재가 해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두 의원 모두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노리고 도 넘는 발언을 마구 던진다. 심지어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를 만들자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특정 사건만을 다루는 재판부를 만든다는 건 명백한 법치주의 파괴다. 여당 대표라면 당리당략을 초월해 국정 전반을 고려하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두 사람은 당 대표가 되면 진짜로 국민의힘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작정인가. 야당 의원 45명 제명을 추진하고 당 해산을 시도한다면 사실상 정치적 내전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국민통합은 파탄나고 경제는 치명상을 입는다. 경선 뒤에 뱉은 말을 어떻게 주워 담으려고 이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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