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란 세력’과 더 격렬한 싸움을 벌일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레이스에는 강성 지지층의 야권을 향한 적대감에 호소하는 선명성 경쟁만 남았다.
정청래·박찬대 후보는 2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2차 TV토론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중에 자신과 가장 잘 호흡이 맞는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 후보가 먼저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우선”이라며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해산되고 5명의 의원직이 박탈됐던 통합진보당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속했던 국힘은 100배, 1000배 위중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후보도 “(국민의힘에서) 지금까지 출마한 후보 중에선 협치 대상자가 없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당을 새로 만들겠다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쯤 가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경선 초반 “협치”와 “포용력”을 강조하던 박 후보는 19~20일 충청·영남권 경선에서 완패한 뒤 전략을 180도 수정했다. 박 후보를 돕는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도 확실하게 더 거칠어진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에 정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야당·검찰과 각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날 TV토론 후 박 후보가 “협치 대상이 없다”고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저의 성과이자 당심의 반영이고 당원들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제 의견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 후보 주장은)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선 평가를 묻는 질문에 각각 “99점”(정 후보), “높은 점수”(박 후보)를 주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법무부의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강제할 수 있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후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자 박 후보는 25일 이에 맞불을 놨다. 그는 “윤석열 내란 사태에서 인간 방패 역할을 했다”며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갔던 김기현·나경원·윤상현·조은희 의원 등을 국회에서 제명하자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지난 8일 내란범 배출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차단하자는 특별법도 대표발의했다. 헌재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야당을 무력화할 방안들인 셈이다.
하지만 두 후보 캠프 모두 이런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고 있다. 정 의원을 돕는 초선 의원은 헌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내란 특검 수사를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에 다수 연루됐다’는 게 입증된 뒤에 추진할 일”이라며 “본회의에 올리기 전까지 당 안팎 여론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 측도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고, 특별법도 당내 논의를 먼저 거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야당 상대 적대감 표출 경쟁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전대 국면에서는 지지층이 원하는 센 이야기를 해야 한다”(중진 의원)는 불가피론이 탄탄한 편이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30%)에 비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55%)와 대의원 투표(15%)에서 득점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선명성 경쟁은 당대표 경선에서 흔한 일이지만, 갈등지향적 약속만 늘어놓는 것은 결국 협치와 미래, 경제 대안 이미지가 필요한 이재명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