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더스티 베이커(76) 전 감독의 조언 속에 홈런성 2루타 포함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이정후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7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샌프란시스코는 1-2로 아깝게 졌지만 이정후의 반등이 위안거리였다.
지난 26일 메츠전 4타수 2안타에 이어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가동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2할5푼4리(374타수 95안타)로, OPS를 .722로 끌어올렸다. 7월 17경기 타율 3할1푼8리(66타수 21안타) 8타점 OPS .808로 5~6월 두 달간 길었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2경기 연속 밀어치기로 안타를 만든 것이 고무적이다. 26일에는 6회 후아스카 브라조반의 3구째 바깥쪽 낮은 싱커를 밀어쳐 좌측 빠지는 2루타를 쳤다. 3루수가 정상 위치였다면 잡혔을 타구였지만 수비 시프트 빈 공간으로 빠지며 장타로 연결됐다. 잡아당기는 풀히터인 이정후에 맞춰 우측으로 치우친 시프트를 역이용했다.
27일에도 이정후는 밀어치기로 안타를 생산해냈다. 2회 첫 타석에서 메츠 좌완 선발 데이비드 피터슨의 2구째 한가운데 몰린 싱커를 좌중간 안타로 장식했다. 수비 시프트와 관계없이 안타가 되는 타구였지만, 연이틀 반대 방향으로 밀어친 안타가 나온 것이 긍정적이다.
샌프란시스코 경기를 전담하는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도 2회 첫 안타 때 밀어치기를 언급했다. 캐스터 두에인 카이퍼는 “경기 전에 더스티 베이커 전 감독이 이정후에게 다가가 통역과 함께 꽤 길게 대화를 나눴다. 반대 방향으로 치라는 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26시즌 통산 2183승을 거두며 올해의 감독상만 3차례나 수상한 베이커 전 감독은 2022년 휴스턴 애스트로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푼 명장이다.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베이커 전 감독과 1년을 함께한 추신수 SSS 랜더스 구단주 특별보좌역 겸 육성총괄이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을 만큼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덕장으로 유명하다. 1993~2002년 샌프란시스코를 10년간 지휘한 베이커 감독은 2023년 휴스턴을 끝으로 감독을 은퇴한 뒤 현재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팀의 특별고문을 맡고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더스티 베이커 특별고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설가 마이크 크루코도 “컨택형 타자로서 필드 전체를 활용하는 게 필수다. 상대 팀들도 이제 이정후에게 우측에 쏠린 수비를 하고 있다. 최근 두 달간 계속 그런 식이었다”며 이정후가 밀어치기로 수비 시프트를 공략한 점을 짚었다.
이정후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홈런성 타구를 치며 시즌 22호 2루타도 기록했다. 경기 후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포스트게임쇼 진행자 브릿 로라는 “이정후가 훌륭한 밤을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정후가 반등하길 기다렸고, 오늘 4타수 3안타에 1타점도 올렸다”고 말하면서 “거의 홈런이 될 뻔한 타구였는데 항상 우측 담장이 문제”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오라클파크는 좌측 펜스 높이가 7피트(2.1m)로 낮지만 우측 펜스 높이가 24피트(7.3m)로 높아 좌타자가 홈런을 치기에 불리하다. 시속 106.3마일(171.1km), 발사각 22도로 날아간 비거리 399피트(121.6m) 2루타로 오라클파크를 제외한 나머지 29개 구장에선 전부 홈런이 되는 타구였다. 포스트게임쇼에 출연한 분석가 세르지오 로모도 “야구는 몇 인치 차이로 결정되는 게임이다. 조금만 더 떴으면 관중석으로 넘어갔을 것이다”며 동점 홈런이 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