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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차’ 도루왕이 대주자, 왜 견제구 13회에 불만 표출할까…견제구 1위는 두산, ‘내로남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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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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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한용섭 기자] # 7월 24일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0-0 동점인 3회초 LG 박해민이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KIA 투수 양현종은 신민재 타석에서 1루 견제구를 던졌다. 1번, 2번, 3번, 4번, 5번, 6번, 7번까지 집요하게 견제구를 던졌다. 올 시즌 도루 1위인 박해민의 빠른 발을 무척 신경썼다. 신민재 상대로 공 1개도 던지지 않고 1루 견제구만 7번 연속 던졌다. 이후 양현종은 신민재 상대로 2구째 유격수 땅볼 병살타로 발빠른 1루주자까지 없앴다. 

# 7월 25일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 LG가 3-4로 뒤진 7회초 1사 후 박해민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신민재 타석에서, 두산 투수 최원준은 초구 볼을 던지고 1루 주자 박해민을 향해 4번 연속 견제구를 던졌다. 박해민의 리드폭을 최대한 줄이려는 수싸움. 최원준이 2구째를 던졌고, 박해민은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포수 양의지의 송구에 태그 아웃됐다. 

# 7월 26일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LG가 4-3으로 앞선 8회말, 투수 김진성은 선두타자 김인태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1루에서 대주자 조수행으로 교체됐다. 조수행은 지난해 도루왕을 차지한 발빠른 선수다. 김진성은 양석환 상대로 공을 던지기 전에 4차례 1루 견제구를 던졌다. 1구 스트라이크-2구 파울-3구 볼이 됐다. 다시 1루 견제구를 3번 연속으로 던지며 주자의 발을 묶었다. 4구 파울-5구 헛스윙 삼진.

김진성은 이유찬 타석에서 초구를 던지기 전에 1루 견제구를 던졌다. 1구 헛스윙-2구 볼. 김진성은 1루로 2차례 견제구를 던졌다. 3구 파울. 다시 1루 견제구가 2번 연속 날아갔다. 4구 스트라이크 삼진을 잡았고, 1루주자 조수행은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김진성은 양석환 타석에 견제구 8번, 이유찬 타석에서 견제구 5번으로 주자를 묶었으나 결국 2루 도루를 허용했다. 

[OSEN=잠실, 민경훈 기자]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두산은 콜어빈, LG는 에르난데스를 선발로 내세웠다.7회말 1사 주자 1루 두산 김대한 타석에서 1루 주자 조수행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2025.07.25 / rumi@osen.co.kr

[OSEN=잠실, 민경훈 기자]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두산은 콜어빈, LG는 에르난데스를 선발로 내세웠다.7회말 1사 주자 1루 두산 김대한 타석에서 1루 주자 조수행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2025.07.25 / [email protected]


27일,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전날 김진성의 견제구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조 감독대행은 경기 전 취재 인터뷰에서 “그렇게 견제구를 많이 던져도 되나 싶다. 사실 중간에 한 번 나가려고 했다. 흐름을 끊고 싶었다. 그런데 경기 중 일어나는 플레이라 어필을 할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하다고 생각했다. 당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다. 상대를 자극하는 건 아니지만, 유쾌하진 않다”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1점 차 승부, 발빠른 주자가 대주자로 나왔다. 투수는 당연히 1루 주자를 신경쓰고 견제하기 마련이다. 조수행은 25일 LG전에서 7회 1사 1루에서 대주자로 나와 2루 도루를 성공했다. 이날은 조수행이 양석환 타석에서 도루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투수의 신경을 자극했기에, 이유찬 타석에서도 견제구가 수차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어느 투수가 도루하겠다고 나온 도루왕 출신 대주자를 그냥 내버려두겠는가. 

사실 ‘뛰는 야구’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도루 실패, 주루사가 많은 LG는 상대팀의 견제구에 집중적으로 당하는 편이다. 하지만 상대팀을 향해 '견제구 많이 던진다'는 불만을 내비친 적은 한 번도 없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해부터 ‘KBO리그도 메이저리그처럼 투수의 견제구 제한을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KBO리그는 투수가 잦은 견제구를 던져도 룰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승부처에서 투수와 주자, 그리고 타자까지 영향을 미치는 수싸움의 묘미로 보면 된다. 투수의 견제구가 너무 많아서 불만이라면, 상대 팀이 아닌 KBO를 향해 빨리 견제구 제한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OSEN=잠실, 최규한 기자]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홈팀 두산은 잭 로그, 방문팀 LG는 최채흥을 선발로 내세웠다.3회초 무사 1루 상황 LG 신민재 타석 때 박해민이 상대 폭투를 틈타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되고 있다. 2025.07.27 / dreamer@osen.co.kr

[OSEN=잠실, 최규한 기자]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홈팀 두산은 잭 로그, 방문팀 LG는 최채흥을 선발로 내세웠다.3회초 무사 1루 상황 LG 신민재 타석 때 박해민이 상대 폭투를 틈타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되고 있다. 2025.07.27 / [email protected]


26일까지, 올 시즌 10개 구단 투수들의 견제구 기록(스탯티즈 자료)을 보면 두산이 608회로 압도적인 1위다. 2위는 롯데로 513회다. 3위는 한화로 505회, 4위는 KIA로 500회다. LG는 455회로 6위다. 두산이 9위로 하위권이라 실점과 위기 상황이 많아서 견제구도 많다고 할까. 그런데 최하위 키움은 견제구 346회로 가장 적다. 

일부 몰지각한 두산 팬들은 26일밤 김진성의 SNS에 비난 메시지를 쏟아냈다. 심지어 가족  욕까지 있었다. 감독까지 나서서 “한 베이스를 막고자 견제한 건지 솔직히 의문이다. 과하지 않았나 싶다”는 말까지 하며 문제를 키운 것은 아쉽다. 오히려 조성환 감독대행의 발언이 과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상대 투수의 집요한 견제구에도 2루 도루를 성공한 조수행의 집중력과 집념을 칭찬했으면 됐다. 굳이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논란거리로 확대시킬 필요는 없었다. 

LG 염경엽 감독 / OSEN DB

LG 염경엽 감독 / OSEN DB


조성환 감독대행의 불만을 전해 들은 염경엽 감독은 “충분히 이해는 한다. 나 같은 경우 3년 동안 너무 많이 겪은 거다. 두산이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한테 압박감을 준 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견제구를 13개나 던졌다. 1점이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어쩔 수 없다. 물론 상대가 짜증나는 건 분명히 있다. 내가 당해도 짜증이 난다. 그런데 내가 상대에게 압박을 주는 거니까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어쨌든 도루를 성공하지 않았나. 두산이 좋은 대주자를 내보낸 거다. 압박을 뚫고 도루 성공했을 때 쾌감이 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좋을 거 같다. 우리가 뛰는 야구를 하니까 어느 팀 보다 견제를 많이 받는다. 박해민 신민재는 초구에 뛰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견제구 7~8개는 그냥 온다. 조성환 감독이 나쁘게 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상대를 압박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덜 할 것이다. 감독 선배로서 이야기하는 거다. 감독 생활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으로 받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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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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