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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野파면 부결' 대만 공세 강화…라이칭더 진퇴양난

연합뉴스

2025.07.2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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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권에서는 "중국 통일전선 공작 때문" 주장도
中, '野파면 부결' 대만 공세 강화…라이칭더 진퇴양난
대만 여권에서는 "중국 통일전선 공작 때문"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대만에서 진행된 친중 성향 야당 국민당 의원들에 대한 파면(국민소환) 투표가 모두 부결된 것과 관련, 중국이 양안 관계에서 새로운 레버리지(지렛대)를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중국 당국이 집권 민진당과 라이칭더 총통에 대한 민심 이반을 거론하고 나선 가운데, 라이 총통이 진영 대결과 여소 야대 국면에서 기존 노선을 수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라이시스그룹의 윌리엄 양 선임 애널리스트는 "라이 총통과 민진당이 대만인 다수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데 중국이 이번 결과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이용해 라이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의 신임도를 낮추려 노력할 것"이라면서 "(라이 총통이) 야권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을 타협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 둥하이대 정치학과의 장준하오 교수는 "중국은 라이 총통의 반중 입장이 장애에 부딪혔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계속하고 국민당의 양안 교류 확대 주장을 독려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중국은 라이 정권을 고립시키고 국민당과의 소통 채널은 유지하는 식의 전략을 구사해왔는데, 앞으로 이러한 행보가 더 대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야권은 여소야대 정국 속에 정부 예산을 삭감하거나 행정부 견제 법안을 잇달아 처리하며 제동을 걸어왔는데,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야권 입장에서는 대여 공세를 풀어야 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전날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민진당이 대만인들의 민생복지를 살피지 않고 또 정치적 싸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표 결과는 민진당의 정치 조작이 대만인들의 민심에 완전히 위배되고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화권 매체들도 민진당의 이번 정치적 실패 배경에 대한 논평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난징대학 대만연구소 류상핑 소장은 "이번 결과는 의외가 아니다. 라이 총통이 집권 후 민의를 완전히 무시했다"며 "각종 수단을 동원해 반대자를 공격하면서 민진당에 대한 사람들의 악감정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둥하이대 추스이 교수는 "이번 파면 투표가 '민생'과 '반공' 레토릭의 대결이었다"며 대만 젊은 세대는 국민당의 권위주의 통치나 반공에 대해 잘 모르는 대신 높은 집값과 저물가, 전쟁 위험 등에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타이베이대학의 류자웨이 교수는 중시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실패에도 라이 총통이 양보하거나 권력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소수파 총통으로서 계속 야당과 대립하고 여소야대 대치를 유지하며 이상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둥화대학 교수를 지낸 스정펑은 "여소야대 국면에도 불구하고 라이 총통이 체면이나 싸움닭 같은 성격 때문에 노선을 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궈정량 전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라이 총통이 지난 1년여간 야당을 전혀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라이 총통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었던 이번 파면 투표에서 KO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라이 총통은 이번 결과에 대해 "모두가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오늘의 결과는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역량에 깊이 감사한다. 이는 헛되지 않았다"면서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대만을 지키는 국가 방향을 더욱 확립했으며, 이러한 국민 역량을 더욱 결집했다"고 자평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중국이 대만 민주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틀린 해석을 내놓을 권리가 없다"면서 "대만에 대한 악의적 정치 조작을 하지 말라"고 맞섰다.
이어 "국가 주권과 자유민주적 생활방식을 지키고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침투와 위협을 거절하는 정부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파면 투표를 주도한 차오싱청 롄화전자(UMC) 회장은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면서 그 원인으로 "중국공산당이 대만에서 장기간 펼친 침투·분화·통일전선의 정도가 생각보다 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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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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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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