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참극만 남긴 가자 봉쇄…극우 눈치 속에 일단 후퇴
극우세력 휴가 틈타 발표…"하마스가 구호품 탈취" 일방적 주장 고수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기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국제사회 규탄 속에 교전 중단을 발표하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기아가 없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고수하며 여전히 이스라엘 내 극우 세력에 눈치를 보는 행보를
27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열린 한 행사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에 기아 작전을 벌이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가자에 기아 정책은 없으며 기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교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는 주장 역시 반복하고 있다.
그는 "하마스는 인도적 지원을 약탈하고 도둑질하고서 이스라엘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며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월에만 가자지구에서 최소 63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WHO와 구호 단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가 기아 위기를 촉발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반에 닥친 굶주림과 질병 창궐을 하마스의 선전으로 치부하며 마지못해 행동에 나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가자지구에서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며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하자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결국 가자지구 교전 중단을 발표하면서 구호품 호송대의 보안 경로를 유지하고, 구호품 공중 투하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3월 초부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다가, 5월부터 미국과 함께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제한적 배급만 허용해왔다.
이 같은 정책이 불필요한 민간인 희생과 굶주림을 초래해 국제사회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마지못해 한 발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구호품 지원을 늘려도 기아로 인한 참극을 완전히 막기 어려우며 국제사회 분노가 가라앉을 가능성도 낮다고 CNN은 설명했다.
또 구호품 배급 개선이라는 '당근'이 협상 테이블에서 사실상 사라진 동시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협상단을 철수시키면서 휴전 협상은 다시 교착 위기에 빠졌다.
CNN은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을 개선하는 동시에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석방, 가자 접경 완충지대 양보, 나아가 지속 가능한 휴전에 이르는 협상까지도 이뤄낼 수 있었던 균형점은 결국 네타냐후의 손에서 미끄러졌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정치적 입지가 더욱 위태로워졌다.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은 물론 국민들도 후퇴로 보이는 이번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졌음을 시사한다고 CNN은 진단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세력 눈치를 보다가 이들의 휴가 기간을 틈타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28일부터 수개월간 휴회에 들어가 내각 강경파들이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수단이 일시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CNN은 "네타냐후는 자신이 처한 정치적 곤경이 곧 완화할 것으로 보고 발표 타이밍을 잡았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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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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