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산하 국제원자력안전학교에서 하드디스크가 반출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하드디스크에 다수의 자료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하드디스크를 반출한 직원은 직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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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학교 직원 "하드디스크 반출했다 반납"
28일 경찰과 KINS 등에 따르면 KINS측은 지난 6월17일 국제원자력안전학교(안전학교)의 한 사무실에서 손바닥 크기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 컴퓨터는 안전학교에서 실시하는 원자력 관련 자격시험 담당 직원의 것이었다. 이에 KINS측은 해당 직원 A씨에게 연락해 하드디스크 소재를 물었고, A씨는 다음날인 18일 오전 하드디스크를 반납했다고 한다.
KINS 관계자는 “전산실에서 점검한 결과 A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없어진 것을 알고 급히 연락해 회수한 것”이라며 “이 기간에 이 직원이 출장이나 휴가가 많아서 출근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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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한 지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
문제의 하드디스크는 발견되기 일주일 전인 6월 11일 밤에 반출됐다고 한다. KINS관계자는 “해당 컴퓨터를 확인해보니 11일 밤 9시 이후에는 접속(로그인)해 자료를 내려받은 기록이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A씨가 이 무렵 하드디스크를 반출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하드디스크를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최소 1주일 동안은 하드디스크가 사라진 사실을 몰랐던 셈이다.
그런데 A씨는 하드디스크를 반납한 다음 날인 지난 19일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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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디스크에 10만건 넘는 자료 담겨"
당초 정보 당국은 하드디스크가 없어지자 안전학교를 방문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그러던 중 A씨가 사망하자 경찰에 사건을 넘겼다고 한다. 당초 KINS측은 관할 경찰서인 대전 유성경찰서에 이 사건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유성경찰서는 지난 3일 대전경찰청 산업기술 담당 부서로 넘겼다. 대전경찰청은 A씨 사망 경위와 하드디스크에 어떤 정보가 담겼는지, 이 정보가 외부에 유출됐는지, 유출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하드디스크 정보가 외부로 제공됐는지 확인 중”이라며 “수사 진행 상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INS는 하드디스크에는 10만건이 넘는 정보(자료)가 담겼다고 전했다. KINS 전·현직 직원 등은 하드디스크에 안전학교에서 치르는 각종 시험 관련 정보 등이 담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KINS관계자는 “(시험 관련)참고교재, 시험일정과 계획, 시험장 위치 안내도 등이 담겼다”라며 “중요한 기밀 정보는 없다”고 했다. 반면 KINS 안전학교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중요한 정보가 없는데 왜 경찰이 오랫동안 수사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출연기관 연구기관인 KINS는 방사선이나 원자력 안전시설 점검, 원자력 안전 연구, 원자력안전관리 인력 양성 등을 하는 기관이다. 한국 전역의 환경방사선 준위를 지속해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국제원자력안전학교는 KINS가 2004년 설립했다.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목적으로 북한의 원자력 규제요원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경험과 지식을 국내외에 전수하는 일을 한다. 원자력 관련 각종 자격시험도 치른다. 원자로조종사면허시험,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시험, 방사성동위원소취급자일반면허시험, 핵연료물질취급자면허시험 등 10여 가지 시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