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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보다 더한 명품에 꽂혔다…Z세대가 흔드는 럭셔리 시장의 판

중앙일보

2025.07.27 22:39 2025.07.2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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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서울 시내 한 루이비통 매장의 모습. 뉴스1
주요 명품 업계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침체에 빠졌다. 매출 부진 이유로 줄어든 Z세대(1990년대 중반~2012년대생)의 소비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올해 상반기 순익이 전년보다 22% 감소했다”며 “한때 세계 경제 성장률의 두 배 속도로 성장하던 명품 산업이 두 해 연속 부진한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LVMH 주가도 올들어 23% 하락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도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젊은 세대의 이탈’이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협회 알타감마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 시장은 지난해 일시적으로 1% 감소했고, 올해도 최대 5%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WSJ은 “Z세대의 럭셔리 소비는 지난해 7%(약 7조 8300억원) 감소해 전 세대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고 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WSJ은 “명품 브랜드의 공급망 문제, 과도한 가격 인상 사례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Z세대의 환상을 깨뜨리고 있다”고 짚었다. 팬데믹 기간 공격적으로 인상한 명품 핸드백 가격은 소비자들 사이에 ‘가격 피로감’을 일으켰고, 업체들이 가격인상과 마케팅에는 적극적이면서 보안투자에는 소홀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지난달 디올과 티파니앤코, 까르띠에에 이어 루이비통이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고객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LVMH의 이탈리아 계열사 로로피아나는 하청업체를 통한 노동환경 관리 부실 논란에 휘말리며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으로부터 1년간 사법 관리 대상으로 지정됐다.

한마디로 Z세대는 가성비와 가치소비를 중시한다는 것. 올해 초 SNS를 강타한 ‘듀프(dupe, 명품과 비슷한 기능·디자인을 가진 저렴한 제품)’ 소비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일례로 미국에서 에르메스 버킨백 대신 유사 디자인이지만 가격은 200분의 1 수준인 월마트의 ‘워킨백’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한국에서도 다이소의 일명 ‘중저가 샤넬 립밤’이 품절 사태를 빚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오른쪽)과 유사한 디자인을 지닌 저렴한 월마트의 워킨백. 사진 유튜브
400만여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사업가 배서니 프랭클이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유사한 디자인의 월마트 가방에 대한 구매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화려한 로고를 선호하지 않는 Z세대는 제품의 품질을 주요 소구점으로 주목했다. 미국 재판매 플랫폼 더리얼리얼(The RealReal)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브랜드 검색이 29% 급증했다고 한다. 조용한 럭셔리 브랜드란 더 로우, 보테가 베네타처럼 로고가 없는 고품질 브랜드를 의미한다. 영국 보그는 “제품의 지속 가능성을 더 고려하는 Z세대의 경우, 불확실한 경제시대를 맞아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잘 만들어진 것에 투자한다”고 짚었다.

페데리카 레바토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 부문 파트너는 “(Z세대가)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지지 가치를 명확히 밝히는 브랜드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업계가 복잡한 글로벌 환경에 직면함에 따라, 명품 브랜드가 새로운 세대와의 관계를 맺어야 할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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