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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해야 뛴다...'살과의 전쟁' 중인 구기종목 스타들

중앙일보

2025.07.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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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의 전쟁을 펼치는 탬파베이 신인 수비수 왓슨. AP=연합뉴스
스포츠에서 체중 때문에 울고 웃는 건 체급 종목 선수들이다. 유도, 복싱, 레슬링 등에서 계체를 통과하지 못하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그런데 구기 종목에서도 다이어트가 숙명인 이들이 있다.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만큼 몸무게가 불어버린 선수들이다. 마치 투기 종목 선수들처럼, 이들에겐 '감량해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출전 조건이 따라 붙는다. 말 그대로 그라운드 밖에서 처절한 '살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프로풋볼(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신인 수비수 데스먼드 왓슨(22)은 체중 때문에 발목을 잡힌 대표 사례다. 왓슨은 지난 3월 기준 몸무게가 464파운드(약 210㎏)였다. 역사상 가장 '무거운 신인'이다. 이런 왓슨의 포지션은 수비 라인 중앙을 지키는 '디펜시브 태클'(Defensive Tackle)이다. 상대 공격의 러닝 플레이를 막고 쿼터백을 압박하는 역할이다. 이 포지션은 대부분 빠른 반응 속도를 갖췄으면서 거구인 선수들에게 맡긴다. 탬파베이는 왓슨의 덩치와 힘에 반해 계약했지만, 200㎏가 넘어 느려진 스피드가 고민이었다.

계약에 체중 관련 조항이 있는 NBA 스타 윌리엄슨.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탬파베이는 왓슨과 팀 차원의 '강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부상도 아닌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팀에선 훈련보다 살 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AP에 따르면 토드 볼스 탬파베이 감독은 27일(한국시간) "왓슨은 현재 비 풋볼 부상자 명단(Non-Football Injury List)에 올라 있다. 상태는 '일일 관찰 대상'"이라며 "그가 더 건강한 몸으로 경기장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볼스 감독은 "그가 얼마나 감량할 수 있을지, 언제 복귀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중요한 건 경기 출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몸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은 우선 식사량을 대폭 줄였다. 그가 즐겨먹던 기름진 음식 대신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바꿨다. 간식도 끊었다. 2025시즌 NFL은 오는 9월 5일 개막한다. 미국 CBS는 "새 시즌에 나설 '53인 로스터'에 들기 위해서 왓슨은 많은 감량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모든 계획대로 이뤄졌을 땐 NFL 경기에 뛴 역대 '가장 무거운 선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장 무거운 선수 기록은 시카고 베어스 공격수 출신 애런 깁슨(48·은퇴)이 보유 중이다. 현역 시절 그는 410파운드(약 186㎏)였다.

돈치치도 체중과 씨름했던 NBA 스타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포워드 자이언 윌리엄슨(25·1m98㎝)은 농구계 대표 다이어터다. 윌리엄슨은 2019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뉴올리언스 유니폼을 입은 특급 스타다. 엄청난 운동 능력과 힘을 갖춘 그는 미래의 최우수선수(MVP)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체중이 130㎏가 넘어서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무거운 몸으로 무리해 점프를 하다 과부하가 온 것이다. 데뷔 후 6시즌 중 30경기를 못 뛴 시즌이 4시즌이나 된다. 정상급 실력에도 커리어의 절반 이상을 부상 치료에 쓴 것이다. 그런데도 뉴올리언스는 윌리엄슨의 잠재력을 높이 사서 재계약했다.

뉴올리언스는 2022년 윌리엄스와 5년 총액 1억9700만 달러(약 2718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다만 뉴올리언스 구단은 계약서에 특별 조항을 넣었다. 바로 '체중 관련 조항'이다. 윌리엄슨의 몸무게와 체지방률의 합이 295가 돼야 하고 이를 초과하면 감봉한다는 내용이다. NBA 선수의 체지방률은 보통 10 이하다. 윌리엄슨의 프로필상 몸무게는 284파운드(약 129㎏)로 알려졌다. 즉 프리필에 적힌 몸무게를 유지해야 연봉을 모두 수령 가능한 '조건부 계약'인 것이다. 윌리엄슨은 식단을 철저히 관리했다. 채소와 닭고기 그리고 생선 위주로 먹었다. 그 결과 올해 120㎏까지 체중이 줄었지만, 2024~25시즌 막판인 지난 3월 또다시 부상으로 쓰러졌다. 전문가들은 체중이 120㎏ 이하가 돼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과체중으로 독일 국가대표에서 멀어진 쥘레. 로이터=연합뉴스
NBA 수퍼스타 루카 돈치치(26·LA레이커스)도 '살과 씨름'했다. 돈치치는 2024~25시즌 초반 부진했다. 슬로베니아 대표로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느라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불어난 체중 때문에 극성 팬들로부터 뚱뚱하다는 놀림까지 받았다. 지난해 12월 '체중 감량'을 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지난 2월 친정팀 댈러스는 그를 LA레이커스로 트레이드했다. '체중 관리 실패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이유라는 소문도 있었다. LA레이커스에서 돈치치는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현재 돈치치의 몸무게는 지난 12월에 비해 9㎏정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력도 회복해 펄펄 날았다. '킹'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LA레이커스의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국가대표 출신 중앙 수비수 니클라스 쥘레(30·도르트문트)도 과체중으로 고생 중이다. 2023~24시즌 110㎏까지 불었다. 훈련 중 포작된 모습에선 뱃살이 출렁였다. 거의 매일 피자 한 판과 케밥 1~2개를 꾸준히 먹은 탓이다. 결국 '프로 의식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독일 대표팀에도 발탁되지 않았다. 현재는 10㎏ 가까이 감량했다. 비결은 운동이다. 쥘레는 "몸 관리 실패는 내 잘못이다.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쥘레는 조금씩 예전 기량을 회복 중이다. 이달 초 끝난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도 뛰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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