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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벼락에 기상장비 고장" 산청 괴물폭우 정확한 강수량 모른다

중앙일보

2025.07.28 00:05 2025.07.28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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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제주시 밤하늘을 밝히는 번개가 치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시스
‘극한호우’가 쏟아진 지난 19일,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 있는 기상 관측 장비가 고장 나면서 이 지역의 정확한 당일 강수량을 알 수 없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기상청은 “낙뢰(벼락)로 인한 장비 고장”으로 보고 있다.

기상 장비가 고장 난 산청읍은 이번 폭우로 8명이 사망한 곳이다. 부상자 4명(산청읍)까지 더하면 사상자가 12명에 이른다. 실종자 1명을 뺀 산청 전체 호우 사상자 18명 중 12명이 발생했지만, 정작 인명피해가 집중된 이 지역의 강수량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7번 낙뢰 친 산청…기상청 “낙뢰로 장비 고장”

28일 기상청이 공개하는 상세관측자료를 보면, 지난 19일 오후 2시 10분부터 20일 낮 12시 9분까지 약 22시간에 걸친 ‘산청 지점(산청읍)’의 강수량 통계가 나오지 않는다. 기상청은 ‘분 단위’로 관측된 강수량 등 기상 자료를 거의 실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단성 지점(단성면)’도 19일 오전 4시 18분~20일 오후 1시 30분 사이 일부 시간대를 제외한 관측 자료가 현재 미공개 상태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지리 해발 138.22m 고도에 설치된 '산청' 지점 기상 관측 장비 모습. '종관기상관측장비(ASOS)'로, 여기서 관측한 자료는 해당 지역 날씨를 대표하는 값으로 활용된다. 안대훈 기자
이 지역 기상 장비를 관리·운영하는 부산지방기상청은 “19일 낙뢰 때문에 산청·단성 지점 장비가 고장 나 다음 날 장비 복구가 되기 전까지 관측 자료가 누락된 상태”라고 했다. 당시 낙뢰로 전원 공급이 차단돼 센서에서 측정한 기상 데이터를 관측 자료로 변환·저장하는 ‘데이터 로거(자료처리부)’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부산지방기상청 설명이다.

실제 이날 하루에만 산청 전역에 내리친 낙뢰는 207회에 달했다. 지난해 7월 한 달 내내 발생한 낙뢰 328회의 63.1%가 하루 만에 몰아쳤다.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자료 재전송을 통해 자료를 복구하는 시스템이 있어 최대한 복구하려 하고 있는데, 데이터 로거에 전원이 아예 끊기면서 (센서에서 데이터 로거까지) 자료가 안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비상전원공급장치도 작동했지만, 배터리가 일찍 소진되는 경우가 있는 등 한계가 있었다”며 “다만, 단성 지점은 자료가 복구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한 도로가 물에 잠기자 비상등을 켠 운전자들이 차를 돌리고 있다. 안대훈 기자



인명피해 多 지역, 정확한 강수량 알기 어려워

이 때문에 호우 인명피해가 집중된 산청읍의 지난 19일 하루 강수량은 현재까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폭우 당시 지자체가 밝힌 닷새 동안(16일 0시~20일 6시) 산청 누적강수량 798㎜는 ‘시천 지점(시천면)’ 관측 자료를 쓴 것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좁은 범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 호우의 경우, 관측 지점별로 강수량 수치가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산청 지점은 이날 0시부터 장비 고장 전(오후 2시 기준)까지 누적 강수량이 352.8㎜로, 같은 시간 직선거리로 15~20㎞ 떨어진 지리산(329.5㎜)·시천(272㎜) 지점보다 많았다. 부산지방기상청 또 다른 관계자는 “호우 같은 경우 국지적으로 (강수량) 차이가 많이 나서, (시천면 등의 자료가) 산청읍 자료를 딱 대체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9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양천강으로 떠내려 온 소를 마을 주민들이 건져내려 준비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관측자료 누락돼 ‘7월 최다일강수량’ 갱신 안 돼

게다가 이번에 장비 고장이 난 산청 지점은 종관기상관측장비(ASOS)로, 이를 통해 관측된 자료는 산청 전 지역 날씨를 대표하는 값으로 쓰인다. 하지만 산청 지점의 19일 강수량 자료가 상당수 누락되면서 역대 7월 중 가장 많은 ‘최다일강수량’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기상청 고시인 ‘기후자료 통계의 종류 및 방법’상 “통계처리는 통계 기간 내에 자료량이 80% 이상인 경우에 산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간 산청의 7월 최다일강수량은 1987년 7월 15일 태풍 ‘셀마’ 내습 당시 관측된 287.3㎜였다. 지난 17일 289.2㎜가 이를 앞질렀지만, 장비 고장 전까지 이보다 많은 강수량(352.8㎜)이 관측된 19일 강수량은 빠진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80% 이상이 관측 자료에 남아 있어야 그 값으로 인정을 하는데 그게 아니다 보니, 그날 값은 일단 내부적으로는 제외하고 있다”고 했다.



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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