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가 쏟아진 지난 19일,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 있는 기상 관측 장비가 고장 나면서 이 지역의 정확한 당일 강수량을 알 수 없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기상청은 “낙뢰(벼락)로 인한 장비 고장”으로 보고 있다.
기상 장비가 고장 난 산청읍은 이번 폭우로 8명이 사망한 곳이다. 부상자 4명(산청읍)까지 더하면 사상자가 12명에 이른다. 실종자 1명을 뺀 산청 전체 호우 사상자 18명 중 12명이 발생했지만, 정작 인명피해가 집중된 이 지역의 강수량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207번 낙뢰 친 산청…기상청 “낙뢰로 장비 고장”
28일 기상청이 공개하는 상세관측자료를 보면, 지난 19일 오후 2시 10분부터 20일 낮 12시 9분까지 약 22시간에 걸친 ‘산청 지점(산청읍)’의 강수량 통계가 나오지 않는다. 기상청은 ‘분 단위’로 관측된 강수량 등 기상 자료를 거의 실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단성 지점(단성면)’도 19일 오전 4시 18분~20일 오후 1시 30분 사이 일부 시간대를 제외한 관측 자료가 현재 미공개 상태다.
이 지역 기상 장비를 관리·운영하는 부산지방기상청은 “19일 낙뢰 때문에 산청·단성 지점 장비가 고장 나 다음 날 장비 복구가 되기 전까지 관측 자료가 누락된 상태”라고 했다. 당시 낙뢰로 전원 공급이 차단돼 센서에서 측정한 기상 데이터를 관측 자료로 변환·저장하는 ‘데이터 로거(자료처리부)’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부산지방기상청 설명이다.
실제 이날 하루에만 산청 전역에 내리친 낙뢰는 207회에 달했다. 지난해 7월 한 달 내내 발생한 낙뢰 328회의 63.1%가 하루 만에 몰아쳤다.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자료 재전송을 통해 자료를 복구하는 시스템이 있어 최대한 복구하려 하고 있는데, 데이터 로거에 전원이 아예 끊기면서 (센서에서 데이터 로거까지) 자료가 안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비상전원공급장치도 작동했지만, 배터리가 일찍 소진되는 경우가 있는 등 한계가 있었다”며 “다만, 단성 지점은 자료가 복구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
인명피해 多 지역, 정확한 강수량 알기 어려워
이 때문에 호우 인명피해가 집중된 산청읍의 지난 19일 하루 강수량은 현재까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폭우 당시 지자체가 밝힌 닷새 동안(16일 0시~20일 6시) 산청 누적강수량 798㎜는 ‘시천 지점(시천면)’ 관측 자료를 쓴 것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좁은 범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 호우의 경우, 관측 지점별로 강수량 수치가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산청 지점은 이날 0시부터 장비 고장 전(오후 2시 기준)까지 누적 강수량이 352.8㎜로, 같은 시간 직선거리로 15~20㎞ 떨어진 지리산(329.5㎜)·시천(272㎜) 지점보다 많았다. 부산지방기상청 또 다른 관계자는 “호우 같은 경우 국지적으로 (강수량) 차이가 많이 나서, (시천면 등의 자료가) 산청읍 자료를 딱 대체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
관측자료 누락돼 ‘7월 최다일강수량’ 갱신 안 돼
게다가 이번에 장비 고장이 난 산청 지점은 종관기상관측장비(ASOS)로, 이를 통해 관측된 자료는 산청 전 지역 날씨를 대표하는 값으로 쓰인다. 하지만 산청 지점의 19일 강수량 자료가 상당수 누락되면서 역대 7월 중 가장 많은 ‘최다일강수량’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기상청 고시인 ‘기후자료 통계의 종류 및 방법’상 “통계처리는 통계 기간 내에 자료량이 80% 이상인 경우에 산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간 산청의 7월 최다일강수량은 1987년 7월 15일 태풍 ‘셀마’ 내습 당시 관측된 287.3㎜였다. 지난 17일 289.2㎜가 이를 앞질렀지만, 장비 고장 전까지 이보다 많은 강수량(352.8㎜)이 관측된 19일 강수량은 빠진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80% 이상이 관측 자료에 남아 있어야 그 값으로 인정을 하는데 그게 아니다 보니, 그날 값은 일단 내부적으로는 제외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