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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미얀마 노동자, 야간근무 뒤 돌연사…회사는 과로사 의혹 부인

중앙일보

2025.07.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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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의 한 공장에서 야근을 마친 20대 이주노동자가 돌연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선 경찰이 부검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결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8일 김포경찰서와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 이웃살이에 따르면 미얀마 국적 A(24)는 지난 18일 오후 9시6분쯤 김포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그는 사망 당일 야간 근무를 마친 뒤 오전 심한 두통을 호소하면서 인근 의원을 찾아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구토가 이어지는 등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A는 오후 8시쯤 친구 2명과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던 중 사망했다.

지난해 6월 비전문취업 비자(E-9)로 입국한 A는 단순 노무 업무를 맡았다. 평소 별다른 지병은 없었다고 한다. E-9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법무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입국 전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부검 없이 사건 종결…사인 '미상'

병원은 A의 사인을 ‘미상’으로 기록했다. A는 지난 26일 부검 없이 화장됐다. 경찰 조사를 마친 뒤 A의 형은 김포 이웃살이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사건을 알게 된 김포 이웃살이 측은 A의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해 경찰이 부검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동의와 주변인 조사를 거친 뒤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부검을 하지 않았다”며 “출장 검안의를 불러서 척수 검사도 했지만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2년 7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고용허가제에 따른 비전문취업(E-9) 비자를 취득한 이주노동자가 입국하고 있다. 뉴스1

A가 일했던 회사는 중앙일보에 “A의 죽음에 대해 회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며 “A는 주 52시간 이하로 근무해왔고, 산업용 코끼리 에어컨도 라인마다 설치가 돼 있어 근무 환경이 열악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A처럼 매년 수천 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지만 기록되는 죽음은 적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출입국본부)에 사망 사실이 신고된 이주노동자 수는 3340명이다.

그러나 한국의 행정 시스템을 통해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기초적인 신원 정보(국적, 성별, 나이, 직업, 사망 시점, 의료적 사인, 비자 형태 등)를 파악할 수 있는 사례는 214명으로 전체의 6.4%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주로 산업 재해를 인정받는 과정에서 확보된 정보들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명백한 산재로 이주노동자의 사망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며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당수 사망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사실상 묻힌다”고 지적했다.



이영근.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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