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FC서울 성골 유스' 강성진(22)이 수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마쳤다. 인생 최초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그는 "많이 어색하다"라고 낯선 심정을 밝혔다.
수원 삼성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22라운드 홈 경기에서 서울 이랜드에 0-2로 완패했다. 18경기 만의 무득점이자 올 시즌 이랜드 상대 2패째다.
이로써 수원(승점 44)은 5경기 무패 행진(4승 1무)이 끝났을 뿐만 아니라 선두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54)와 격차가 10점으로 벌어졌다. 리그 기준 이랜드와 상대 전적은 5전 5패가 되고 말았다.
반면 이랜드는 무려 9경기 만에 승전고를 올리며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무실점 경기 역시 9경기 만이다. 이랜드는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8경기 3무 5패에 그치며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었지만, 어김없이 수원을 잡아내며 승점 33으로 5위 부산(승점 34)을 바짝 추격했다.
강성진에겐 수원 데뷔의 날이었다. 최근 서울을 떠나 수원에 합류한 그는 후반 20분 교체 투입되며 수원 소속으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다만 팀 패배를 막기엔 모자랐다. 강성진은 몇 차례 좋은 드리블을 시도했지만, 차이를 만들진 못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강성진은 여전히 어색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우선 새로운 팀에 왔고, 오랜만에 경기를 뛸 수 있어서 선수로서는 되게 기쁘다. 하지만 팀도 승리했어야 하는데 아쉽다"라며 "이렇게 처음 호흡을 맞춰 보니까 앞으로 서로 점점 더 잘 알아갈 거다. 감독님도 형들도 앞으로 시너지가 더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변성환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강성진을 영입하기 위해 작년 6월부터 러브콜을 보냈다고 말했다. 강성진은 "선수로서 감독님이 나를 이렇게 필요로 한 부분이 아주 감사했다. 나도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감독님도 팀도 꾸준히 나를 필요로 해주셨다. 감독님이 원했던 만큼 꼭 팀이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해야 할 거 같다"라고 다짐했다.
강성진의 말대로 절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 그는 유스 시절부터 서울에서 활약했고, 프로 데뷔 이후에도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았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축구연맹 주관 대회 82경기(6골7도움)를 뛰었다. 하지만 강성진은 올 시즌리그 5경기 출전에 그친 끝에 새로운 도전을 결정했고, '라이벌' 수원 유니폼을 입으며 서울 팬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강성진은 "나도 당연히 라이벌 역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고민도 많이 됐다. 작년에도 항상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어쨌든 선수로서 내가 뛰어야 한다. 또 감독님의 축구 스타일과 나를 원하는 점을 봤을 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 라이벌 관계를 떠나 내가 뛸 수 있고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게 성장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 말고는 다른 유니폼을 입는 거 자체가 아예 처음이다. 많이 어색하긴 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좀 적응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OSEN=수원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이날 강성진은 코너킥을 차러 가면서 N석을 꽉 채운 수원 홈 팬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팀으로 오게 됐는데 지고 있는 상황이라 코너킥을 빨리 차려 했다. 그런데 팬분들께서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서 힘을 불어넣어주셨다.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팬분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과 나를 반겨주시는 게 감사해서 나도 인사드렸다"라고 되돌아봤다.
공교롭게도 수원엔 서울 출신이 적지 않다. 일류첸코와 권완규도 지난 시즌까지 서울에서 강성진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강성진은 "오자마자 형들 한 분 한 분 다 인사했다. 전에 대표팀에서 만났던 형들도 있다. 일류첸코는 식당에서 같이 밥 먹으면서 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나보고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많이 도와주셨다"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수원으로 임대됐던 이시영과도 연락한 강성진이다. 그는 "이적한 뒤 시영이 형과도 한 번 전화 통화를 했다. 내게 수원에서 생활이나 감독님 스타일 등에 대해 많이 조언해줬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강성진은 '빅버드'에서 뛴 소감을 묻자 "원정 말고 홈으로 뛴 건 처음이었다. 새로운 응원과 분위기에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선수들이 힘을 얻어서 경기를 뛰기 좋은 환경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