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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여러분께 그리운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다”...63년 차 배우인생 담은 다큐 ‘혜자의 뜰’

중앙일보

2025.07.28 02:30 2025.07.28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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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혜자. 김혜자 배우는 연신 '만나게 되어 좋다'며 이효리를 환영했다. 사진 JTBC
꽃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 서로 똑 닮은 네 마리의 강아지. 그 사이를 김혜자 배우가 누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라 말했던 2019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빛이 난다. 지난 27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영된 스페셜 다큐멘터리 ‘천국보다 아름다운 혜자의 뜰’ 속 김혜자(84) 배우의 모습이다.
김혜수 배우는 2019년 화제가 됐던 김혜자 배우의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을 언급하며 현장에서 느낀 감정들을 풀어냈다. 사진 JTBC
다큐멘터리는 김혜수 배우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김혜수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왠지 가슴이 울컥했다”며 “선생님의 소감은 드라마 속 대사를 인용한 말씀이었지만 ‘배우 김혜자’라는 사람의 삶의 궤적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윽고 카메라는 ‘혜자의 뜰’을 비춘다. 초반부 화질이 낮고 흔들리는 화면 속 김혜자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다. 다큐멘터리는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 ‘나의 해방일지’(2022), ‘천국보다 아름다운’(2025) 등을 연출한 김석윤 PD가 약 2달 간 촬영했다. 김 PD는 중앙일보에 “드라마 촬영 후 무료해하셔서, 김혜자 선생님을 뵈러갈 때마다 다른 것도 촬영해보자는 이야기를 농담반, 진담반으로 했다. 그러다 방송이 끝날 무렵 SLL 박준서 대표가 다큐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해줬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촬영은 2달이었지만, 편집할 땐 다큐팀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상자료도 활용했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이기도 한 ‘뜰’은 김 PD가 하루 대부분을 강아지들과 뜰에서 지내는 김혜자 배우의 모습을 보고 정해졌다. 가장 먼저 혜자의 뜰을 찾는 건 가수 이효리다. 평소 이효리에 대한 호감을 가져온 김혜자가 직접 초대한 것이다. 둘은 촬영 당일 처음 만났지만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연예인이자 반려견 가족을 둔 사람으로서 마음을 나눈다.

이어서 김혜자를 소개하는 인물들은 가족이다. 그의 손녀 임지유는 “할머니는 책과 영화 취향을 공유하는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존재”라며 “찰나의 눈빛에 서사를 담아내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종방연 회식에 참여한 김혜자의 모습도 담겼다. 그는 배우들은 물론 연출·촬영·조명·미술·분장·무술팀 등 현장을 빛낸 스태프들과 한명씩 눈을 맞추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80대 아내 해숙(김혜자, 왼쪽), 30대 남편 낙준(손석구)으로 천국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지난 5월 25일 종영했다. 사진 SLL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손석구·한지민·이정은·류덕환 배우는 인터뷰를 통해 김혜자 배우에 대한 존경심을 밝혔다. 손석구 배우는 “(방송이 끝났는데) 촬영장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김혜자 선생님과 한 시절을 살았고, 그 시절을 돌아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지민 배우는 “(경력이 많으신데도) 늘 맑고 깨끗한 백지장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있다. 노력해야겠다는 걸 선생님을 보면서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는 김혜자의 저서 『생에 감사해』(2022)를 인용하며 63년 차 배우로서 그의 생각을 전한다. 3년 전 출간된 책에서 그는 “지금도 궁금합니다. 어떤 작품이 나의 마지막 작품이 될까?”라며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방송을 마친 김혜자 역시 같은 고민을 한다. 그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나에게 뭐가 기다릴까? 아무것도 없는데, 왜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혼란스럽다”고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그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언제든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연기)할 수 있게 하려한다”며 “생각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여러분에게 그리운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혜자 배우와 ‘천국보다 아름다운’까지 세 작품을 함께한 김 PD는 “다큐 속에 내가 질문한 것들은 평상시에 갖고 있던 선생님에 대한 내 궁금증이었다”며 “평생이 연기 그 자체인 배우 김혜자, 또 만나기 힘들 멋진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다큐를 마친 소감을 전해왔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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