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여당이 강행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potential criminals)로 만들 수 있다”며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법 시행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커진다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의 대표 단체인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노동법상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다수의 형사처벌 조항을 고려하면, 모호하고 확대된 사용자 정의는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특히 외국 투자 기업들은 노동 관련 규제로 인한 법적 리스크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법적 책임 범위를 놓고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한국 재계에서도 법치주의 원칙상 명확성 요건을 훼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파업 등 쟁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됐다.
ECCK는 “(노란봉투법은) 원·하청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하청업체 근로자의 파업 증가 및 원청의 책임 부담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나치게 넓은 사용자 범위는 하도급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법적 예측가능성을약화시키며, 노사 간 건설적 대화보다 대립과 투쟁을 우선시하는 노동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현재와 미래 세대의 고용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바, 개정안의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 대표 단체가 여당 추진 법안에 공식적인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노란봉투법이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지난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의원들과 가진 노동정책 간담회에서 “노조법 개정은 단순한 법 개정 차원의 문제가 아닌, 우리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오는 8월 4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이날 비공개 당정 실무협의를 마치고 “(8월 4일 통과를) 목표로 진행할 것”이라며 “작년 거부권이 행사됐던 법안을 기초로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게 의견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여당은 이날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