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놀이” 비판에 금융사가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늘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100조원 국민펀드 조성에 참여하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도 늘린다.
28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연합회ㆍ금융투자협회ㆍ생명보험협회ㆍ손해보험협회ㆍ저축은행중앙회장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협회장들은 ▶100조원 국민펀드 조성 ▶소상공인 금융 지원 확대 ▶자본시장 투자 전환 등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는 주택담보대출보다 기업대출에 자금을 더 공급하도록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개편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권 부위원장은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지방ㆍ소상공인 등 생산적인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마련됐다. 앞서 24일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사를 겨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주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낸 금융사에 대한 정부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 금융 세제 개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다.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8.86% 내린 8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3월 23일(-10.65%)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이다. 금융 대장주인 KB금융도 이날 6.99% 급락했고, 신한지주(-5.62%)ㆍ우리금융지주(-3.52%) 등 4대 금융그룹의 주가도 큰 폭으로 빠졌다. 키움증권(-4.97%)ㆍ신영증권(-8.23%)ㆍ미래에셋증권(-4.08%) 등 증권주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이 대통령 발언과 금융당국 움직임에 대한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가장 확실한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제한하고, 위험성이 큰 기업 대출이나 정부 조성 펀드 등에 자금을 더 늘리는 건 금융사의 실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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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강조한 것은 윤석열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금융사의 이익을 사회 공헌에 쓰는 ‘상생 금융’ 압박으로 풀이될 수 있다. 여기에 정부 세제 개편안이 금융사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도 주식 매도세를 자극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주 주가가 밸류업 기대감으로 이미 많이 오른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 이후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로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