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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관세협상 불발 되면…한국車만 688만원 비싸진다

중앙일보

2025.07.28 03:36 2025.07.28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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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시한을 나흘 앞두고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대미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한·미 무역협상 결과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협상 데드라인인 이달 31일(현지시간)까지 정부는 대미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협상이 지연될 경우 자동차 대미 수출 경쟁 국가인 일본·EU보다 더 높은 25% 관세를 적용받으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미국에 75만8000대(63조원)를 수출해 멕시코(277만대·67조원), 한국(143만대·48조원), 일본(137만대·56조원)에 이은 4대 수출 지역이었다. 지난 22일 일본에 이어 27일 EU도 대미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4대 수출 지역 중 한국만 현재 25% 관세를 적용받는 모양새다. 멕시코의 경우 25% 관세가 적용되지만, 미국 생산 부품이 40% 이상 포함되면 실질 관세는 15% 선이다.

김주원 기자

한·미 간 합의 도출에 실패하거나, 타결이 지연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자동차 관세 부과 전인 지난해 12월 미국 신차 평균가격은 4만9740 달러(약 6880만원)다. 여기에 15% 관세를 적용하면 차량 가격은 7912만원(관세 1032만원)인 반면, 25% 관세를 부과하면 차량 가격은 8600만원(관세 1720만원)까지 올라간다. 25% 관세 적용 시 15% 관세 적용 때보다 688만원(4900달러) 비싸지는 셈이다.

특히 전량 한국산이 수출되는 현대차 아반떼 미국 가격은 2만2125달러(기본 트림 기준)로 경쟁 차종인 토요타 코롤라(2만2325달러), 폭스바겐 제타(2만2995달러)보다 각각 0.9%, 3.8% 저렴하다. 하지만 관세 차이로 인해 오히려 가격이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협상이 지연된다면) 미국 소비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현대차보다 토요타, 폭스바겐의 경쟁 차종을 사려고 할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로선 당분간은 버티기에 나서겠지만 한 달가량 지난 후에는 관세 부담분의 절반 정도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어서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 생산 차량의 84%인 41만8792대를 미국에 수출한 한국GM은 25% 관세 유지 시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당장 생산기지를 옮기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물량 점진적 축소와 멕시코 등으로의 이전 모색 등을 꾀할 것”이라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농산물 개방과 조선 협력을 토대로 어떻게든 자동차 관세 15% 인하를 이뤄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수출액이 347억 달러로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 산업의 타격을 막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어서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각각 0.92%, 1.34% 상승 마감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일본과 EU 모두 차 관세 15%를 적용받았다는 것은 한국도 협상만 잘하면 15%로 깎을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라며 “15% 관세를 적용받더라도 마진을 남기기는 여전히 어렵다. 현대차·기아로선 서서히 미국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email protected]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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