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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에르르" "도널드으으"…트럼프엔 휴대폰 외교 먹힌다

중앙일보

2025.07.28 04:00 2025.07.28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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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화려한 외교적 행사 등 의전도 필요하겠지만, 측근들은 ‘휴대전화로 직접, 자주 연락하기’를 추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서로의 손을 움켜쥐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에 이어 최근에도 여러 나라 정상들과 수시로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외교 절차를 건너뛰고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소통법이다.

격식 없는 대화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들과 중요 현안이 아닌, 친목 목적의 연락도 기꺼이 받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대통령은 훨씬 더 많은 정상들과 대화한다”며 “구체적인 비즈니스(현안)에 관한 게 대부분이지만 보다 사적인 대화도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골 수다 메이트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포함된다. 폴리티코는 다른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이들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함께 골프를 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은 특히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가 인상적이었다고 털어놨다. 두 정상이 형제처럼 어울리는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수시로 보여주는 즉흥적인 스타일 이상이었다는 의미다. 이 측근은 “그 장면이 이상하게도 재밌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에마뉘에르르르르’하고 끝을 길게 끌자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으으으으’하고 호응했다”고 말했다.

해당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때로는 대립각을 세우는 관계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지난 6월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면박이 대표적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하루 만에 떠나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홍보에 급급한 에마뉘엘은 항상 틀린다”고 반박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우린 오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별로 나를 자극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반응했다. 평소 쌓은 친분이 안전장치 역할을 했을 수 있다.

24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정식 인정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사안 역시 비슷한 이유로 극단적인 관계 악화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여기 좋은 소식이 있다”고 비꼰 뒤 “마크롱이 말한 건 중요하지 않을 뿐 더러 별 가치가 없다”고 깎아내렸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더라도 전통적인 우방국 정상의 발언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치부한 건 스스럼없는 사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의 주선으로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종전 방안을 협의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볼로디미르 젤렌스키. REUTERS=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소통은 외교적 성과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한 유럽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일화를 소개했다. 나토에 부정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훌륭한 지도자들을 만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며 유럽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방 지원 확대를 승인했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열심인 스타머 총리가 지난 3월 ‘왓츠앱’ 메시지를 보낸 사연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껄끄러운 백악관 회담이 끝난 뒤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서였다.

스타머 총리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5월 축구 경기를 보던 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고 관세 인하 합의를 최종 조율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폴리티코는 케빈 크레이머 미 상원의원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건넨 조언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경 대응을 약속하며 총리 자리에 오른 카니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해봐라. 그는 누군가가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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