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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車관세 27.5→15% 인하 대가로 미국車에 '무관세 선물'

연합뉴스

2025.07.2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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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철강 제외 EU산에 15% 일괄 적용…철강, 쿼터도입 합의 EU "의약품·반도체 관세 15% 약속"…대미 투자엔 해석 온도차
EU, 車관세 27.5→15% 인하 대가로 미국車에 '무관세 선물'
내달 1일 철강 제외 EU산에 15% 일괄 적용…철강, 쿼터도입 합의
EU "의약품·반도체 관세 15% 약속"…대미 투자엔 해석 온도차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미국에 유럽 자동차 시장을 사실상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 고위 당국자는 28일(현지시간)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전날 타결된 미국·EU 무역협정 세부 내용을 설명하면서 "최혜국대우(MFN)에 따른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하하기로 이미 합의했다"며 "우리는 이것을 아예 0%로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새 협정에 따라 미국이 EU산 자동차에 현재 부과되는 관세율 27.5%(품목관세 25%+MFN 관세 2.5%)를 15%로 인하하기로 한 데 따라 EU 측이 동의한 양보안이다.
세계적 자동차 제조기업이 있는 EU 입장에서 미국에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자신이 내심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불균형 합의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집행위는 이날 미국과 합의한 EU산에 대한 15% 관세율이 기존 MFN 관세를 포함하고, 추가 관세가 붙지않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성격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만간 합의 내용을 명시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인 양측간 공동성명이 발표될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이 승인되는 대로 내달 1일부터 철강·알루미늄을 제외한 모든 EU산 대미 수출품에 15% 관세율이 일괄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집행위 당국자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EU산 의약품과 반도체는 기존대로 최혜국대우(MFN)에 따른 영세율(0%)이 적용되며,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이 관세 도입 결정을 하더라도 유럽산에는 15%가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관한 미국 측의 분명한 정치적 약속(political commitment)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EU와 미국 정상간 회동이 끝난 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의약품도 15% 관세가 적용된다고 한 반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은 어떤 합의에서도 제외된다고 언급해 혼선이 빚어진 바 있다.

EU는 이번 협상에서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인하를 받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철강과 알루미늄도 EU의 대미 주력 수출 품목 중 하나다.
대신 미국은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까지는 50% 관세를 면해주는 쿼터제 도입에 합의했으며 물량에 대해 향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집행위는 전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온도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EU가 미국산 에너지 7천500억 달러(약 1천38조원)어치를 구매하는 한편 6천억 달러(약 830조7천억원)를 추가 투자하고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집행위 당국자는 6천억 달러 투자 관련, "일본은 공공자금 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발표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가 하려는 건 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공공자금 투입을 하지 않으며 민간기업의 대미 투자 의향을 집계한 수치다. (미·EU간) 공동성명에도 투자 의향(intention)으로 명시될 것"이라며 "EU가 공공기관으로서 투자를 보장(guarantee)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U 차원에서 직접 예산을 투입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산 무기 구매는 논의된 적도, 합의한 적도 없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방비 증액이 합의됨에 따라 미국산 무기 구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가 반영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은 또 항공기와 특정 화학 제품, 특정 복제약, 반도체 장비, 특정 농산물 및 천연자원과 핵심 원자재 등에 대해서는 상호 무관세 도입에 합의했다.
무관세 대상 품목은 민감하지 않고 러시아·중국산 탈피를 위한 양측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제품 위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위 당국자는 "쇠고기, 쌀, 닭고기, 설탕 등 민감한 농산물은 개방 대상이 전혀 아니며 어떠한 양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합의 불발에 대비해 내달 7일부터 자동 시행되는 보복관세안을 마련해뒀지만 15% 관세 합의가 예정대로 이행되면 보복관세안 시행을 철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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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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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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