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캡틴' 손흥민(33)이 토트넘 홋스퍼와 10년 동행을 끝내고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토트넘도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생각이다. '악마의 협상가'로 유명한 다니엘 레비 회장을 고려하면 레전드 예우라고 볼 수 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28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품격 있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들은 주장 손흥민이 원하는 이적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의 몸값을 절반 가까이 낮출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올여름 커리어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그는 10년을 토트넘에서만 뛰어온 전설이지만, 이제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영국 '타임즈'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손흥민 측에서 거절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 데 그쳤다.
손흥민도 어느덧 만 33세에 접어든 만큼 에이징 커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국 '포포투' 역시 "최근 몇 시즌간 부상과 스쿼드 이탈로 인해 손흥민의 경기력과 득점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그는 프리미어리그 30경기에서 단 7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는 데뷔 시즌 이후 가장 낮은 득점과 출전 기록"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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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손흥민은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데일리 메일'과 '풋볼 런던' 등 영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엔젤레스(LA)FC가 그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미 손흥민 측과 접촉해 영입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 MLS 클럽의 충격적인 영입 타깃으로 떠올랐다. LAFC가 토트넘 주장 손흥민을 원하고 있으며 토트넘은 그가 떠나고 싶어 한다면 막지 않을 거다.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LAFC는 이미 손흥민 측과 접촉해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 구체적인 이적료 규모도 공개됐다. 데일리 메일은 "LAFC는 1500만 파운드(약 279억 원)에서 2000만 파운드(약 372억 원) 규모의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협상에 임하도록 유혹하기에 충분한 금액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풋볼 런던도 "MLS는 모든 면에서 손흥민에게 적합할 수 있다. 그에게 인터 마이애미에서 리오넬 메시와 함께 스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또한 LA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미국행에 힘을 실었다. 1년 뒤 미국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린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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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역시 '레전드' 손흥민을 향한 예우 차원에서 LAFC의 제안을 승낙할 것으로 보인다. 스퍼스 웹에 따르면 토트넘은 올여름 초 손흥민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의 가치를 3500만 파운드(약 651억 원)로 평가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중동이 아닌 미국과 연결되고 있는 상황. 사우디 프로 리그 클럽들은 2년 전에도 손흥민 영입을 추진한 바 있지만, 이번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은 이를 고려해 요구액을 낮출 계획이다. 스퍼스 웹은 "이제 토트넘은 손흥민이 중동행을 좋아하지 않으며 미국 이적을 선호한다는 걸 알게 됐다. 토트넘 보드진은 MLS 클럽들이 큰 돈을 지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가 미국으로 떠날 의사를 밝히면 1500만 파운드에서 2500만 파운드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토트넘은 올여름 33세 손흥민의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MLS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그와 좋은 관계로 작별하고 싶어 한다"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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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토트넘에서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는 2015년부터 토트넘을 쭉 지켜오면서 통산 454경기 173골 101도움을 터트렸다. 이는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 5위에 해당하는 기록.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333경기 127골 77도움을 올리며 '전설' 반열에 올랐다.
게다가 손흥민은 마지막 퍼즐인 우승 트로피도 손에 넣었다. 지난 5월 토트넘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1-0으로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탠 것. 그 덕분에 토트넘은 17년 만에 무관을 벗어났고, 손흥민도 커리어 첫 우승을 만끽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숙원을 이룬 만큼 아름답게 작별할 타이밍일 수 있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모든 걸 경험했다. 그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설득으로 팀을 떠나려던 마음을 접고 해리 케인과 치명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그리고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절망, 푸스카스상 수상 솔로 골,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거쳐 마침내 41년 만에 토트넘에서 유럽 트로피를 들어올린 주장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선택은 손흥민의 몫이다.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이냐 아니면 토트넘에서 11번째 시즌을 보내며 전설을 이어가느냐. 토트넘은 그의 결정을 존중할 준비가 돼 있다. 스퍼스 웹은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밀어낼 의사가 없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1월까지 팀에 머무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