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전을 자주 하지만, 속도를 내는 대신 안전 운전과 방어 운전에 주력한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F1이란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동차 경주에 딱히 관심은 없다. 이런 관객으로서 영화 ‘F1 더 무비’를 퍽 재미있게 봤다. 굉음을 내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스릴을 스크린을 통해 대리 체험하는 재미도 컸지만, 전형적이라고 할만한 줄거리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 영화는 젊은 시절 유망주였던 나이 든 레이서가 부진한 성적의 F1 팀을 살려내는 이야기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주인공 소니 헤이스는 구직 광고를 보고 이곳저곳 찾아가 경기를 하는 떠돌이 레이서. 옛 동료이자, 매각 위기에 처한 F1 팀 소유주(하비에르 바르뎀)의 제안을 받고 팀에 합류한다. 소니의 F1 복귀는 뉴스가 될망정 환영받지는 못한다. 세대 갈등도 빠질 리 없다. 팀의 젊은 레이서 조슈아(댐슨 이드리스)와 서로 ‘꼰대’ ‘관종’으로 부르며 충돌한다.
이런 전개와 함께 F1이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은 물론 고도의 팀워크가 필수라는 점이 부각된다. 이를테면 경기 도중 진기명기 수준으로 삽시간에 타이어 교체와 정비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기본. 소니의 공격적인 스타일은 언뜻 협업보다는 좌충우돌과 어울릴 듯싶지만, 그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팀을 재정비한다. 더구나 본격적인 경기에서도 기상천외의 팀워크를 발휘한다. 실제 F1에서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파격적인 방법으로 같은 팀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경주를 펼친다.
주연 배우 브래드 피트는 환갑을 넘긴 1963년생. 그보다 한 살 위 톰 크루즈가 한국에서 ‘톰 아저씨’ ‘톰 형’ 같은 애칭으로 불리듯, 브래드(Brad) 피트 역시 ‘빵(bread) 형’이라는 애칭이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국내 극장가 활약은 격차가 크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꾸준한 흥행에 더해 새로운 속편 ‘탑건: 매버릭’(2022)으로도 800만 넘는 관객을 모았다.
반면 브래드 피트는 12년 전 500만 명 넘게 관람한 ‘월드워 Z’(2013) 이후 관객 수 200만을 넘긴 출연작이 ‘F1 더 무비’가 처음이란다. 그 사이 한국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미나리’의 제작자로도 내적 친밀감을 더했지만, 화려한 흥행 이력을 다시 보여줄 기회는 드물었다. 이번 영화를 보고 브래드 피트가 누구인지 찾아봤다는 20대 관객의 관람 후기도 들려온다. 숱한 주연작은 물론 조연으로 출연한 초기작 ‘델마와 루이스’(1993)의 모습도 기억하는 중년 관객으로서는 꽤 재미있는 대목이다.
영화 속 소니의 활약은 그 자신만의 질주보다는 팀워크를 통해 구현된다. 수많은 카메라로 실제 경주 같은 생동감을 구현한 이 영화 전체에서 어쩌면 브래드 피트의 역할도 그렇게 보인다. 꽤 괜찮은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