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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논설위원이 간다] 윤석열 정치검찰 지고 국수위 수퍼파워 뜨나

중앙일보

2025.07.28 08:24 2025.07.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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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4법’ 찬반론 들어보니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공소청에 공소청장을 두며, 헌법 89조 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보한다.’

지난달 11일 발의된 검찰개혁 법안의 일부(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5조 1항)다. 검찰청법을 없애고 공소청을 만드는데 그 수장(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다. 헷갈리는 구조는 개혁 입법의 속도전 때문이다. 헌법에 규정돼 당장 바꾸기 힘든 검찰총장이란 명칭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신, 공소청장은 차관급이어서 법이 시행되면 검찰총장은 장관급에서 강등된다.

반대
변호사도 헷갈리는 불복 절차는 피해자 ‘희망고문’
정치권력이 수사기관 감독하는 국수위는 초헌법적

찬성
검사 우월성 깨고 구성원 다양한 국수위가 민주적 통제
수사권 다원화 얼개 짜고 보완 입법으로 틈 메워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검찰개혁 법안은 이처럼 아리송한 구석이 많다. 여권에서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개혁법안이 조금씩 공론화하면서 법조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형사사법 절차에 심각한 공백과 이율배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들이다. 반면, 찬성론은 “미흡하더라도 서둘러 개혁하고 보완해 가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시계는 빠르게 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제도 자체를 추석(10월 6일) 전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거 같다”고 힘을 실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취임사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문제를 이제는 매듭지어 검찰개혁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몰락, 검찰의 김건희 여사 봐주기 의혹 등으로 검찰개혁 화두는 어느 정권 때보다 무르익었다. 그러나, 개혁법안 앞에서 많은 법률가들은 난색을 보인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최한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에서도 찬반론이 맞섰다. 법사위 소위원회는 28일 2차 공청회도 열었다.

1차 공청회에 찬반 진술인으로 참석했던 4명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니, 향후 더 격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김종민(법무법인 MK파트너스) 변호사가 반대 입장을, 김필성 변호사(법무법인 가로수)와 황문규 교수(중부대 경찰행정학전공)가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77년 이어진 검찰청법 폐지 눈앞
‘검찰개혁 4법’은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말한다. 핵심 내용은 검찰청과 검찰 수사권 폐지, 수사와 기소 분리, 검찰 기능 보완 시스템 마련 등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49년에 제정돼 77년간 유지된 검찰청법이 사라지고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는 대변혁을 맞게 된다.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은 ‘검찰청법을 폐지한다’는 한 문장으로 이뤄졌다. 부칙도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한 문장이다. 검찰개혁의 총론 격이다. 나머지 3개의 법안으로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국가수사위원회(이하 국수위)를 만들어 검찰 기능을 보완하게 된다.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 검사가 기소를 전담하고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갖는다. 기존 검찰청 검사의 수사 기능은 중수청에 이관된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장은 임기 2년의 차관급이다. 수사 업무는 중수청 수사관(변호사 자격자와 7급 공무원 등)이 담당한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수사권을 가진 기관을 모두 관할하며 관리·감독, 업무 협의·조정 기능을 한다. 검사 중심의 일원화된 수사권 체계에서 다원화 체계(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해양경찰청 등)로 이행하면서 생기는 수사기관 간 경합, 책임 소재 불분명, 대국민 서비스 약화 등을 보완한다.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11명의 위원(국회 선출 4, 대통령 지명 4, 국수위 위원추천위 추천 3)으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형사사법은 실험이 아니다”
김예원 변호사는 개혁법안의 공백에 대한 걱정이 컸다. 일례로 경찰 불송치 사건 등에 대한 수사통제가 형해화하고, 피해아동 보호명령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검사의 공익적 기능이 증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혁법안에 외형상의 불복 절차는 있지만, 반복 심사만 이뤄지고 정작 피해자는 기약 없이 돈만 드는 ‘희망 고문’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차 공청회에 대해 김 변호사는 “큰 벽에 대고 얘기한 것 같은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많은 형사 변호사들이 걱정하는 실무상의 문제를 말하고 싶었는데,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결론을 정해놓은 것 같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절대로 추석 전에 이런 법안이 통과되면 안 된다”고 했다. 장애인 인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김 변호사는 “법률가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헷갈리는 제도 변화에 결정타를 입는 건 스스로 고소장도 못 쓰는 제 의뢰인과 같은 법률 약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형사사법은 실험이 아니다”라며 “수사통제는 수사와 형사증거법을 모두 잘 이해하는 사람(검사)이 본인의 책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을 다 읽고 이해해 잘못을 찾아내는 내용통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도 약자에게 무관심하고 권력자에게 유약한 과거 정치검찰에는 반대한다. 검찰의 직접 인지수사권은 폐지하되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은 복원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입장이다.

“국수위는 ‘중국식 공안통치’”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진보·보수, 좌파·우파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므로 굉장히 신중하고 정교해야 하는데 진지함이 너무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허접하기 짝이 없는 법안”이라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법의 구멍이 내란죄 수사 때 극명하게 증명됐다. 이번 개혁법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이라는 구호에만 집착해 실무와 디테일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경청하는 절차가 없었다. 사법개혁 특위에서 논의가 더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한동훈은 최악의 정치검사”라고 비판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수위 체제가 더 우려스럽다고 경고한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 검찰개혁 방안의 핵심인 국가수사위원회는 집권 정치권력이 모든 수사기관에 대해 지휘·감독, 권한 조정, 감사·감찰·자료요구, 불송치 이의신청 사건 조사 및 처리 등의 권한을 갖고 수사 관련 법령의 제·개정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초헌법적 통제기구”라고 지적했다. ‘모든 수사는 사법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근대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수위는 수사기관을 정치권력의 직접적 통제 아래 두는 ‘중국식 공안통치’체제”라며 “감사원, 법무부, 행정안전부, 검찰의 권한까지 모두 행사하는 ‘수퍼 수사 통제 기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독일처럼 ‘검찰은 손발 없는 머리, 경찰은 머리 없는 손발’이 되는 체제가 맞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폐지하고, 경찰·중수청·공수처가 검사의 지휘 아래 직접수사를 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검사 우월 편견 벗어나야”
찬성 입장에 선 김필성 변호사는 “검찰개혁은 내용이 어려워 대중들에게 충분히 논의가 전달이 안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캠프 때부터 검찰개혁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그는 “공론장에서 논의가 되면 좋지만 그게 쉽지 않다. 정치적 휘발성도 강해서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구조를 만들고 수사 주체들의 상호작용과 절차 문제 해결을 위한 후속 입법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에 1년 유예기간을 둔 것도 그런 이유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수사권을 일부라도 남겨 놓으면 사실상 검찰이 여전히 수사권 전체를 통제할 수 있고 심지어 정치적 개입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윤석열 정권에서 여실히 확인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수위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해 정치적 독립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부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국수위 설치와 수사 적정성 통제를 위한 여러 제도가 수사의 비효율성, 경찰 권한 비대화 등의 우려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모든 권한을 갖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효율성은 높을 수 있지만,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배치되는 문제를 양산했다. 그걸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가 가장 우월하기 때문에 통제권도 검사에게 줘야 한다는 식의 전제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권 다원화 장치 만들어야”
경찰대 출신 법학박사인 황문규 교수는 “검사 지배적 형사사법 시스템에 길들여지고 고정화된 우리의 인식과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 수사권 다원화 시대에 걸맞은 장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청과 중수청을 모두 법무부 소속으로 두자는 주장은 무늬만 수사-기소 분리를 하자는 것이다. 검찰에 행정조사 수준의 ‘필요한 조사’는 허용할 수 있어도 수사라는 표현은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공수처의 부작용과 관련, “국회의 입법을 제도적으로 이행할 행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법안 4개를 바탕으로 형사 소송 주체가 생겨야 법의 빈틈을 메울 수 있다”며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승현 논설위원





김승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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