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 을지자유의방패(UFS) 연합연습에 대해 대통령실에 “조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연합훈련을 문제 삼은 데 대한 반응으로,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전달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정 장관은 28일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중지를 요청할 생각이 있나’란 질의에 “그럴 생각이 있다”며 “내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신임 장관 임명식에서 정 장관에게 김여정의 담화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평화적 분위기 안에서 남북한 간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정 장관은 이에 “지난 몇 년간 적대적 정책으로 인해 불신의 벽이 높은 만큼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의 신뢰 회복 조치 강조에 대한 정 장관의 부응이 한·미 연합훈련 조정이었던 셈이다.
앞서 김여정은 이날 오전 6시쯤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고 “또다시 우리의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대북방송 중단 등 이재명 정부의 신뢰 조치에 대해서는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라며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혹평했는데, 결국 내달 예정된 한·미 UFS 연습을 중단해 더 큰 ‘성의 표시’를 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특히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는 중에 연합훈련 카드를 내민 건 동맹을 이간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였다.
올해 UFS는 내달 중순 시작한다. UFS는 연간 단위로 계획하는데, 이를 김여정의 담화 한 번에 정부가 반나절 만에 즉각 반응한 셈이다. 앞서 2018년 문재인 정부 때는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추동하기 위해 연합항모강습단훈련, 연합상륙훈련 등 대규모 실기동훈련(FTX)을 중단 또는 유예한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연합훈련은)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연합훈련은 한·미 동맹의 영역이다. 미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조정은 힘들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은 “기존과 같이 동맹의 훈련과 연습에 관한 모든 결정은 정해진 협의 과정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정 장관의 발언을 인지하고 있으나, 해당 제안과 관련한 세부 내용은 현재로서 미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사전 협의는 없었고, 한국 측의 일방적 UFS 조정 가능성 시사에 대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취지다.
특히 현재 한·미가 국방비 등 안보 협의까지 포함한 통상 협상을 진행 중이란 점을 고려하면 정 장관의 말 한마디가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상황에 어려운 의제를 얹는 게 될 수 있어서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한·미 연합훈련 조정은 통일부 장관뿐만 아니라 국방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현재까지 연합연습 시행과 관련해 변경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