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8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더 세진 상법’(2차 상법 개정안)이 각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양대 노총은 환영하고 재계는 반발하고 있지만 두 법안은 다음 달 4일 본회의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환노위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주도로 가결했다. 노란봉투법은 이미 두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막혀 최종 폐기됐던 법안이다. 핵심 내용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원청 사업자’로 확대하고 ▶합법적 쟁의행위 대상을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하며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고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응한 경우 배상 책임 면제를 명시한 것이다. 법 시행 유예기간은 6개월로 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작년 거부권이 행사됐던 안을 기본으로 논의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청구 총액을 쟁위 행위 참여 근로자 숫자로 단순히 나누지 않고, 손해 기여 정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내용도 원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사용자 정의를 시행령으로 정하고 ▶일부 조항의 유예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자고 제안한 수정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노동계가 민주당 당사 점거 농성에 이어 국회 앞 집회까지 벌이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과 법인세 인상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처리가 급물살을 탄 건 하루 전인 지난 27일 “(법안 처리를) 미루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이 공개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당초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처리는) 시간적·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었던 까닭이다. 이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뒤 28일 민주당 기류는 급변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이 대통령 발언 관련 질문이 나오자 “법 통과 이후에도 (노사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선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담긴 2차 상법 개정안이 역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표결을 거부했다. 김용민 법사위 민주당 간사는 “(다음 달 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3
%
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3
%
룰’을 강화하는 1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더 센’ 상법이 잇따라 국회 문턱을 넘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환노위 의원들은 “명백한 (노사) 갈등 조장 악법이고 민주노총 청탁·청부 입법”이라며 “국회가 민주노총에게 포획당한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미국과) 관세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외부에서 미사일이 날아오는 상황”이라며 “상법을 추가 개정하고, 법인세를 인상하고,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면서 스스로 안에서 자폭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 달 4일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