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EU, 장기적 약속으로 '트럼프 임기' 시간 끌 가능성"
"실질적 아닌 레토릭·정치적 성명에 가까워"
中협상 앞두고 美·EU 무역합의…"실현 가능성 의문" 평가
전문가들 "EU, 장기적 약속으로 '트럼프 임기' 시간 끌 가능성"
"실질적 아닌 레토릭·정치적 성명에 가까워"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이 중국과의 3차 무역 협상을 앞두고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합의에 이른 것과 관련, 중화권 매체들은 미·EU 합의가 레토릭이나 정치적 성명에 가까운 만큼 중국이 침착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이 EU와의 합의를 대중국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미·EU가 중국에 대해 공동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으로서는 미·EU 합의 내용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중은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3차 고위급 무역 협상 첫날에 5시간 동안 대좌했으며, 29일에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양국이 '관세 휴전'을 90일 더 연장하는 수준에서 합의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앞서 27일 미국과 EU는 미국의 EU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EU가 미국산 에너지를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외국어대학의 추이훙젠 교수는 "미국의 관세 영향은 즉각적이지만 유럽의 에너지 구매 및 투자 약속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우선 미국을 달래는 접근법을 썼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4년 임기 동안 버티는 가능성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약속은 관료적 절차와 재협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희석될 수 있다면서 "양자 간 이른바 '합의'는 실질적이라기보다 레토릭에 가깝다. 유럽이 대체로 모호한 장기적 약속을 했는데 실제 적용될지 신뢰도가 낮다"고 봤다.
그런 만큼 중국 당국이 미·EU가 합의했다는 사실만 바탕으로 경솔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내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EU가 다른 국가들처럼 15% 관세를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중·EU 관계에 중요한 게임체인저가 아니다"고 밝혔다.
'루미스 세일즈 인베스트먼트 아시아'의 좡보 전략가는 EU가 15% 관세를 부담할 경우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미국 시장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을 것으로 보기도 했다.
중국매체 관찰자망은 EU가 매년 2천500억 달러씩 3년간 7천500억 달러(약 1천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한 것과 관련, 서양에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를 공급할 수 없고, EU의 수요 증가 역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관찰자망은 "미·EU의 에너지 합의는 많은 측면에서 구체적이지 않다"면서 "양측의 '합의'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성명에 더 가까우며 법률적 구속력을 갖춘 정식 협정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자문업체인 와이드앵글 액화천연가스(LNG)의 장크리스티안 하인츠는 "이번 합의를 EU의 승리로 보기 힘들다"면서 "최종적으로 EU의 각 회원국이 스스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봤다.
에너지 관련 칼럼니스트 클라이드 러셀은 이번 에너지 합의에 대해 "황당무계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서 "EU 측이 시간을 끌면서 더 관계가 좋은 미국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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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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