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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닳도록 워싱턴行·100시간 통화…'15%' 받아낸 EU 총력전

연합뉴스

2025.07.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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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디테일도 챙겨" 日 조언 확보…기업 명단 읊으며 트럼프 의심 해소 "트럼프 진지, 상호관세 부과 이전으로 복귀 불가능" 판단
문턱 닳도록 워싱턴行·100시간 통화…'15%' 받아낸 EU 총력전
"트럼프가 디테일도 챙겨" 日 조언 확보…기업 명단 읊으며 트럼프 의심 해소
"트럼프 진지, 상호관세 부과 이전으로 복귀 불가능" 판단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15% 관세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수 개월간 물밑에서도 치열한 노력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턱이 닳듯 워싱턴DC를 방문하고 미국 쪽 협상 상대와 장시간 통화 등으로 사전 협상을 주도한 EU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의 역할이 주목받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셰프초피치 집행위원은 2월 이후 워싱턴 DC에 7차례나 방문했다고 WSJ에 밝혔다. 직접 대면 외에도 미국 측 협상 상대방과 전화통화·영상통화를 합쳐 100시간 이상을 대화했다고 한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국-EU의 정상회담이 약 1주일 전으로 다가왔을 즈음, 슬로바키아 자택으로 돌아가는 1천㎞가 넘는 여정 가운데 거의 절반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통화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당시 차량 뒷좌석에는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의 골든리트리버 반려견 두 마리가 헐떡대며 앉아있었는데, 개들의 거친 숨소리가 러트닉 장관에게도 들렸는지 셰프초비치는 러트닉 장관에게 "하워드, 내가 내는 소리 아니에요"라고 해명해야 했다고 한다.
정상회담이 임박한 협상 막판에는 필요한 서류를 인터넷에서 내려받기 위해 와이파이가 되는 주차장을 찾아 헤매기도 했고, 미국과 먼저 관세 협상을 체결한 일본 측에 연락해 미리 조언을 듣기도 했다.
일본 측의 조언은 실제로 도움이 됐다.
EU는 전날 체결한 무역합의에서 7천500억달러(약 1천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6천억달러(약 83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며,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사기로 약속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EU산 제품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협상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EU 측이 투자 계획을 이행하겠다는 보장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에서 디테일까지 파고든다는 일본 측의 조언을 들은 EU는 미리 준비한 투자 예정 기업 리스트 등을 줄줄 읊는 방식으로 의심을 해소했다.
이번 합의는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라는 평가가 중론이지만, EU 입장에서도 '최악'을 피했다는 평가도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5% (관세는) 누군가에게는 큰 어려움일 수 있지만, (합의 덕분에) 미국 시장에 계속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소셜미디어에서 위협했던 '50% 관세 부과' 방안보다는 관세율을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협상이 전혀 진척되지 않는다"고 불평했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 위협 이후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위협을 막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EU는 애초 미국의 무역전쟁 선포에 강 대 강으로 맞섰었다. 3월에만 해도 미국이 EU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산 '땅콩버터', '할리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EU도 보복관세로 미국의 위협을 물리치기보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WSJ에 "글로벌 무역 환경을 바꿔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진짜로 진지하다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었다"며 "4월2일 상호관세 부과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불가능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EU는 접근 방식을 전환했다. 미국 측에 미국산 에너지 구매 계획, 관세 인하 계획 등을 전달했고 그 방향대로 결국 협상이 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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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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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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