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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진짜 굶주린다"…네타냐후 편들던 트럼프 입장 선회

연합뉴스

2025.07.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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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센터 세울 것"…'기아 없다' 네타냐후 주장에 선긋기 유럽국에 설득된듯…인도주의 위기 앞 트럼피즘 결단 주목
"가자 진짜 굶주린다"…네타냐후 편들던 트럼프 입장 선회
"식량센터 세울 것"…'기아 없다' 네타냐후 주장에 선긋기
유럽국에 설득된듯…인도주의 위기 앞 트럼피즘 결단 주목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편에 서며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참상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외교 관계를 '거래'의 논리로 바라보는 그가 가자지구의 비극을 멈추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취재진과 만나 스타머 총리와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경계가 없는 식량 센터를 세울 계획"이라며 "우리가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에 뚜렷하게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기아는 없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TV에서 본 걸 근거로 하면,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겠다"며 "왜냐면 (가자지구) 아이들이 매우 배고파 보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 특히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 그건 진짜 굶주림"이라며 "나는 그걸 봤고 그건 속일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깊이 개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자지구의 식량 부족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많은 책임이 있다"며 "나는 그 음식이, 음식 한 점 한 점이 확실히 전달되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메시지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의 기아를 우려하기보다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비난하는 데 주력하던 태도에서 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7일 네타냐후 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났을 때 가자지구의 기아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4일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구호품 제공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을 때 역시 "그가 뭐라고 하든 중요치 않다"면서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선회한 배경에는 유럽 정상들의 설득 노력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타머 총리는 시각 자료까지 동원해 가자지구의 참상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관적이고 감각 중심적인 스타일을 겨냥한 접근법을 택한 셈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기아와 관련한 이미지를 포함한 견딜 수 없는 참상과 가자지구의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지도자들과 일련의 회담을 가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세계 지도자들의 절박한 표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나아가 가자지구의 악화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 어린이 5명 중 1명은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탈피해 국익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만큼, 그의 가자지구 지원 '공언'이 지켜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NYT는 "세계 무대에서 거래 중심적인 접근법을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의 기아 사태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이 21세기의 인도주의 위기에 맞설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NYT는 "전쟁이 초래한 인도적 문제에 맞서는 데에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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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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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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