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협상 서두르지 않는 인도…"中견제 핵심, 유리한 위치"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부과 전 협상 마무리 어려울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일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주요 경제국인 인도는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만한 핵심 국가여서 미국과 협상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인도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인도 협상단은 최근까지 5차례 미국을 찾아 관세율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인도와 거래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언급해 한때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일인 다음 달 1일을 사흘 앞둔 이날까지도 합의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인도가 다음 달 1일까지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릭 로소우 미국·인도 정책 연구소장은 "다음 달 1일까지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며 "초기 단계에서는 협상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지만, 최종 단계는 항상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찍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시작해 가장 먼저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 인도가 막바지 협상에서 난항을 겪는 것은 농업 개방 문제 때문이다.
인도 입장에서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 등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낮추면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인도에서 농업은 전체 인구의 약 42%가 생계를 의존하는 분야다.
인도는 또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문화로 인해 유제품 수입도 까다롭게 제한한다. 수입 우유는 인도에서처럼 풀을 먹여 키운 소에서 짜낸 사실이 증명돼야 할 정도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업과 유제품 분야를 개방하지 않으려는 인도에 맞서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세를 낮춰 달라는 인도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인도는 어떤 무역 합의도 마감일이나 시한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며 시간에 쫓겨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일이 코앞인데도 인도가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이 중국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도 알고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미국 매체 CNBC는 전했다.
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10개 신흥 경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에서도 인도는 리더 역할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는 관계다.
CNBC는 인도가 영국뿐만 아니라 몰디브, 유럽연합(EU) 등과도 무역협정을 진전시키며 미국의 고율 관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인도와 미국은 포괄적 무역협정 1단계 합의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할 때 합의안이 발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손현규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