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향후 교역 상대국에 부과할 상호 관세의 최저 세율을 15%로 거듭 못박았다. 8월 1일로 예고된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합의점 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정부가 받아낼 수 있는 최선의 마지노선이 15%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회담 중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상호 관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며 “나머지 국가들은 15%에서 20% 사이가 될 것이다. 아마 그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0개가 넘는 개별 교역국과의 협상을 모두 성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 일률적으로 15~20%의 관세를 부과하게 될 거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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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선방’…25%면 워스트
이날까지 미국이 무역 협상을 타결한 6곳 중 영국만 상호 관세율 10%일 뿐 나머지 5곳은 ▶일본ㆍ유럽연합(EU) 15% ▶필리핀ㆍ인도네시아 19% ▶베트남 20% 등으로 15~20%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받아들게 될 관세율은 크게 나눠 볼 때 두 가지 경우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먼저 합의 최종 불발 시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관세 서한’ 대로 25%의 관세가 적용되는 것이 한국으로선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반면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내고 15%를 받아낼 경우 가장 ‘선방’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협상 상황에 따라 15%를 넘거나 20% 아래 사이에서 최종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
일본과 EU의 사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무역 협상과는 별도”라고 선을 그었던 품목별 관세도 조정의 여지가 없지 않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25%를 절반으로 줄인 12.5%에 기존 관세 2.5%를 더한 15%를 적용받았고, EU의 경우 자동차ㆍ의약품ㆍ반도체에 모두 1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50% 관세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 철강ㆍ알루미늄도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7일 미ㆍEU 무역협정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쿼터제 도입을 통한 관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협상에 따라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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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 러트닉 면담 위해 스코틀랜드행
8월 1일 이전 협상 타결에 최우선적 목표를 둔 한국 정부는 협상의 키를 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머문 스코틀랜드를 찾아가 면담하는 등 가용 역량을 총동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지난 24일 워싱턴 DC의 상무부 청사에서, 25일 뉴욕 사저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협상을 벌인 바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28일 다시 워싱턴 DC로 돌아온 러트닉 동선에 맞춰 미국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러트닉 장관의 행보 하나하나에 맞춰 가며 그만큼 전력을 쏟고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어찌 됐든 러트닉 장관이 이번 무역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키맨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각도로 접촉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의를 다해서 보일 때 그만큼 타결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느냐”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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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트럼프, 모든 카드 쥐고 있다”
러트닉 장관도 한국의 절박한 상황을 잘 아는 듯했다. 그는 2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인사들이 저녁 식사 후 나와 그리어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들이 얼마나 협상 타결을 정말로 원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미소를 띤 모습의 러트닉 장관은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 있다.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으며, 그가 관세율을 결정하고, 각국이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지를 결정한다”며 “이번 주 내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과 1대1로 면담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한국이 준비 중인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과 한ㆍ미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잘 협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구 부총리와 베센트 장관의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재가’에 이르기 직전 단계의 최종 조율 과정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