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29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조 전 실장을 상대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등 채해병 사망 사건 초동수사 결과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조 전 실장 조사는 이승철 검사(사법연수원 41기)가 맡았다.
조 전 실장은 2023년 7월 31일 열린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 국가안보실장 자격으로 배석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1사단장도 혐의자에 포함됐다는 걸 인지한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고 화를 내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이첩 보류 등 수사 무마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이 불거진 회의다. 특검팀은 조 전 실장이 당시 회의에 참석한 만큼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채 해병 사망 사건에 대한 해병대수사단의 최초 수사결과를 보고한 뒤 윤 전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에 대한 조 전 실장의 진술이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일부 회의 참석자는 특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화를 낸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은 지난 15일 특검조사에서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이 ‘오후에 수사 결과 관련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이 ‘임 전 비서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회의실을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 전 실장은 2023년 8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나”는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전 장관과의 통화에 대해선 “여러 안보 현안에 대해 (통화를) 했고,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안 했다”라고 했다.
조 전 실장은 이날 조사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나” “보고받은 뒤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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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설' 전해 들었다 지목, 방첩부대장 조사
특검팀은 이날 채 해병 사망 당시 방첩부대장이었던 문모 대령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국군방첩사령부 소속으로 해병대 파견부대장이었던 문 대령은 ‘VIP 격노설’을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해 들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특검팀은 최근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가 이뤄지던 시점에 문 대령이 작성한 동향보고 자료를 확보했다. 이 문건엔 당시 ‘임 전 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기로 한 해병대수사본부 초동수사 결과를 두고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지시가 당시 대통령실로부터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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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회수’ 개입 의혹 이시원 소환
한편 특검팀은 오는 31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이 전 비서관은 2023년 8월 2일 임 전 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기록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됐다가 회수되는 과정에 개입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검찰단이 사건 기록을 회수한 당일과 사후조치 과정에서 이 전 비서관이 국방부 관계자와 긴밀하게 소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사건 기록 회수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최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을 조사하면서 “대통령실에 파견 와있던 박모 경정이 ‘이 전 비서관이 채 해병 순직사건 초동수사 기록 반환을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