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홍명보(왼쪽)와 알렉시 랄라스(오른쪽)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정승우 기자] 미국 축구의 전설 알렉시 랄라스(55)가 손흥민(33, 토트넘)의 MLS행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뒤이어 꺼낸 '한국의 전설'의 이름은 뜻밖에도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의 29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축구의 전설 랄라스는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State of the Union)'에서 손흥민의 LA FC 이적 가능성과 MLS 흥행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손흥민을 "실력과 상징성을 겸비한 슈퍼스타"라고 극찬하며, LA가 그를 영입할 경우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랄라스는 손흥민과 같은 아시아계 스타의 성공 가능성을 설명하며, "내가 LA 갤럭시에 있을 때 또 다른 한국의 전설, 헹 야오밍(Heng Yao Ming, another South Korean legend)이 뛰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헹 야오밍'이라는 이름은 축구계는 물론 한국 스포츠 역사에도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가 말한 시기와 경력, '한국의 전설'이라는 표현을 고려하면, 이는 2003~2004년 LA 갤럭시에서 활약한 홍명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는 당시 MLS 외국인 베스트11에 선정될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지도력과 경기 지능에서도 현지의 인정을 받은 선수다. 랄라스 역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갤럭시에서 활약했다. 두 사람의 LA 갤럭시 활약 시기가 겹친다.
그렇다면, 랄라스는 왜 '홍명보'를 '헹 야오밍'이라고 기억했을까?
이는 단순한 착각으로 넘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야오밍(Yao Ming)'은 중국을 대표하는 농구 스타이며, '헹'이라는 성 또한 한국어, 중국어 어디에도 일반적이지 않다. 결국 이 조합은 아시아인의 이름을 모호하게 혼합해 기억한 결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실존 인물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표현이자, 아시아인을 하나의 통합적 이미지로 뭉뚱그리는 고정관념의 전형적 사례로 비판받을 수 있다.
아무리 선한 의도로 과거 팀 동료를 회상한 것이라 해도, 정확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왜곡된 형태로 언급되는 순간, 그 선수의 정체성과 업적은 흐릿해지고 만다.
특히 문제는, '한국의 전설'이라는 표현까지 곁들이며 극찬해놓고도, 실명을 혼동해 잘못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칭찬과 무례가 동시에 섞인 이중적 평가로 읽힐 수 있다. 애초에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단한 한국 수비수가 있었다" 정도의 언급이었다면 오히려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랄라스는 손흥민에 대해 진심 어린 존중을 드러냈고, MLS가 더 많은 '큰 별'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메시지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예시에서 아시아계 스포츠인에 대한 섬세한 인식과 존중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은 뼈아프게 드러났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