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주자인 박찬대 의원이 29일 “8월 3일 당대표로 확정되는 즉시 국민의힘 권영세·이양수·권성동 세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 후보를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 한 것을 겨냥해서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자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이들이 벌인 일은 단순한 당내 정치 싸움이 아니다”라며 “모두가 잠든 새벽, 경선을 조작하고 후보를 바꿔치기하려 한 막장 사기극이자, 내란 동조 세력의 ‘대선 쿠데타’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국민의 혈세가 포함된 경선 비용 160억원을 허공에 날렸다는 의혹도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배임 및 국고손실”이라며 “검찰은 왜 수사하지 않았냐. 이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냐”고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 후보 교체를 시도했을 당시, 한 전 총리를 염두한 홍보자료 및 유세 차량 등을 사전에 준비했다 폐기하며 160억원 가량이 소요됐다는 게 ‘160억원 의혹’의 골자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 결과도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조차 대선후보 교체 결정이 ‘불법’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고작 당원권 정지 3년이었고, 그나마도 권성동은 봐줬다”고 했다. 또 “이들에 대해 국회의원 제명촉구 결의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으나, 국회의원 배지를 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형사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고발 기자회견’을 열자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 의원의 기자회견은 음모론과 조바심이 뒤섞인 궤변이자, 낮은 지지율을 감추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이어 “저를 고발해 당대표가 되실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발하라”며 “그런데 지지율을 보니 ‘당선 후 고발’이라는 말은 이루지 못할 헛구호나 다름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 전 원내대표는 “진정 개탄스러운 점은 박찬대 후보가 휘두르는 ‘정치적 흉기’가 우리 당 내부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훈장처럼 여기고, 자신들이 만든 음모론이 우리 당을 공격하는 무기로 쓰이는 데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는 이들까지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고도 했다.
같은날 권 전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박 의원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며 “여당 당대표가 되려는 분이 터무니없는 의혹으로 야당을 고발하려는 것에나 관심을 가져서야 되겠냐”고 적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급하신 건 알겠다. 하지만 지지율 떨어진다고 무리수를 던지는 모습, 참으로 애처롭고 안타깝다”며 공방에 가세했다. 안 의원은 “본인이 고발 안 해도 벌 받을 사람은 벌 받는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전 지도부에서 반박 입장을 연달아 내놓자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금 남의 지지율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영남에서도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지 않냐”고 반격에 나섰다. 당초 ‘서번트 리더십’과 ‘협치’를 강조하던 박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고발·제명’ 등을 외치며 강한 면모를 보여주려는 모양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11시 20분 MBC 100분 토론에서 마지막 당권주자 TV토론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