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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어준 아들에 총 쐈다" 작년 8월부터 총 준비한 父의 망상

중앙일보

2025.07.29 02:55 2025.07.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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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상을 차려 준 아들을 사제 산탄총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62)가 지난해 8월부터 총기를 준비해 격발·폭발 실험까지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을 쏜 뒤 집밖으로 도망치는 외국인 가정교사를 복도까지 쫓아가 쏘는 등 모두 살해하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경찰청은 29일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A씨는 다른 가족이 따돌리고 소외시킨다는 망상에 빠져 지난해 8월부터 이번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998년 다른 범죄로 구속 수감됐을 당시 전 아내와 협의이혼을 했으나 동거를 계속하다가 2015년 아들 결혼 후 혼자 살게 됐다. 이후로도 생활비와 아파트공과금·통신비·국민연금 등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계속 받았고 명절과 생일을 함께 보내는 등 외견상 불화나 갈등은 없었다.

A씨가 경찰에서 “가족과 불화를 겪었다” “가족이 나를 그러도록(범행하도록) 셋업한(함정에 빠뜨린)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경찰은 “혼자 살며 고립감을 느낀 A씨 스스로가 빠진 망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지난 21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이 출동해 총기 사건 수습을 하는 모습. 뉴스1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가족들을 살해할 것을 계획하고 사제총기 제작 관련 영상을 참고해 파이프와 손잡이 등 구입하는 등 제작에 들어갔다. 이후 자택에서 탄환의 장약을 뺀 채 격발 실험을 하고, 방화를 위해 폭발물 인화 실험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당일 지난 20일 오후 거주하던 서울 도봉구 아파트 집안에 시너 34L를 9개 용기에 나눠담은 사제 폭발물의 발화 타이머를 ‘21일 정오’에 맞춘 뒤 오후 7시쯤 자신의 생일잔치를 준비한 인천 송도의 아들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들 B씨와 며느리, 손주 2명과 외국인 가정교사 5명이 함께 있었다.

A씨는 생일잔치 도중 오후 8시53분쯤 편의점을 다녀오겠다며 아들 집을 나와 렌터카에 보관 중인 사제총기를 들고 오후 9시23분쯤 돌아온 뒤 현관문을 열어준 아들 B씨의 가슴과 복부를 향해 2발을 발사했다고 한다. 며느리와 손주가 방으로 도망치자 “너희들 다 이리와”라고 소리치며 쫓아갔고, 외국인 가정교사가 집 밖으로 도망치자 두 발을 쏘며 뒤쫓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한 발은 현관문 도어락에 맞았고 추가로 한 발을 더 쐈지만 불발됐다.

이후 A씨는 총알을 재장전하고 며느리와 손주가 대피한 방문 앞에서 대치하다가 며느리가 112에 신고하는 소리를 듣고 10분 만에 아파트를 빠져나와 도주했다.

이날 경찰은 당시 최초 112신고 시각인 오후 9시31분 이후 약 72분 뒤인 10시43분에야 경찰특공대가 현장 내부에 늑장 진입한 데 대해 “피의자가 이미 밖에 (도주해)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며 “며느리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A씨가 안에 있는 것으로 확신한 상태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특공대가 도착해 약 30분 동안 내부 구조 등 파악해 작전 계획을 세웠다”며 “매뉴얼에 시가지 작전은 현장을 확인하고 들어가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파트 현관·엘리베이터 등 CCTV만 확인했으면 파악 가능했던 기초적 사실인데 이를 빠뜨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지휘관 역할을 해야 했던 연수경찰서 상황관리관(경정)은 모든 상황이 끝난 뒤에야 도착한 데 대해선 “현장에 나가 있는 줄 알았는데, 10시 29분에 전화가 와서 그때 알고 바로 현장에 가라고 했다”며 “본청(경찰청)에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현재 인천 사건 초동 조치에 미흡한 점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임성빈.김창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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