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만 2600㎏이 넘는 마약이 적발됐다. 지난해보다 9배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단속을 강화하자 중남미 마약 조직이 새로운 시장인 한국으로의 밀반입을 연이어 시도하면서 적발량이 증가했다.
29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마약 밀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상반기) 적발된 마약 밀수는 617건이었다. 중량으로는 2680㎏에 달한다. 적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0%, 중량은 800% 늘었다. 중량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상반기 적발된 마약 2680㎏은 필로폰 1회 투약량 0.03g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인구(지난해 기준 5181만 명)의 1.7배에 이르는 8933만 명이 동시에 투약이 가능한 양이다.
적발 중량이 크게 늘어난 건 올해 상반기 강릉 옥계항(1690㎏)과 부산신항(600㎏) 등 2건의 대규모 코카인 밀수가 적발된 영향이 컸다. 다만 이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상반기 적발 중량은 390㎏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적발된 마약 주요 품목은 ▶코카인(2302㎏) ▶필로폰(152㎏) ▶케타민(86㎏) ▶대마(65㎏) 등 순이다. 이중 코카인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적발 중량이 80배나 늘었다.
마약이 출발한 지역도 다양해졌다. 올해 4월과 5월의 강릉 옥계항과 부산신항에서 적발된 대량의 코카인은 각각 페루발과 에콰도르발로 파악됐다. 그동안 중남미 지역에서 출발한 마약은 선박 등을 이용한 단발성 밀수였는데, 최근 들어 대규모로 연이어 적발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국ㆍ캐나다의 고강도 국경 강화 조치에 따른 풍선 효과로 중남미 마약 조직이 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도 새로운 공급처로 떠올랐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 밀수된 마약 중량은 전년 대비 191% 늘었다. 관세청은 국내 밀반입 마약의 최대 출발 지역이었던 동남아에서 여행자와 화물 단속이 강화되면서, 유럽 지역이 새로운 공급처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세청은 동남아ㆍ북미ㆍ유럽 등 주요 마약 출발국가의 관세당국ㆍ수사기관과 협조해 매달 마약 밀수 특별대책 추진단 회의를 열고 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최근 2년 연속 국내 마약사범이 2만 명을 웃도는 등 불법 마약류가 우리 사회 전반에 침투해 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법 마약류 해외 밀반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