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하고, 기업 인수 뒤 알짜 자산을 팔아 치워 이익을 낸 이들을 상대로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선다. 새 정부의 첫 세무조사 발표다.
국세청은 29일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7개 기업과 관련자가 대상이다. 이번 조사엔 상장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업체 하이브도 포함됐다.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한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국세청은 주식시장 불공정 행위를 정조준했다. 적발된 수법은 다양했다. 김모씨는 본인이 대주주인 A사를 통해 전기차 부품 상장사 B사를 인수하고, 신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허위로 홍보했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A사는 B사의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하자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했고, 수십억원의 양도 차익을 얻었지만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B사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소액주주는 큰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의약품 제조 상장사인 C사의 사주 이모씨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 상승이 예상되자 전환사채를 싸게 사들였다. 이를 자녀 소유의 D사가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취득 금액 그대로 양도했다. 이후 주가는 60% 이상 뛰었고, 사모펀드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불공정 합병, 일감 몰아주기 등 수법으로 자녀에게 세금 없이 자산을 이전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채를 동원해 기업을 인수한 뒤 횡령 등의 방법으로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린 기업사냥꾼도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조사 관련자의 탈루 혐의 금액을 1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민 국장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등을 활용해 자금의 원천과 거래 흐름 전반을 꼼꼼히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