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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위기 미적대던 EU, 이스라엘에 '찔끔 제재' 예고

연합뉴스

2025.07.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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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연구비 수혜 차단 추진…"보여주기식 늑장 대응" 비판 일부 회원국 강경대응 움직임…이스라엘 극우인사 입국 금지
가자위기 미적대던 EU, 이스라엘에 '찔끔 제재' 예고
EU 연구비 수혜 차단 추진…"보여주기식 늑장 대응" 비판
일부 회원국 강경대응 움직임…이스라엘 극우인사 입국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책임을 물어 사실상 첫 제재를 예고한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에 이스라엘의 EU 연구비 지원제도인 '호라이즌 유럽' 참여 자격을 부분적으로 중지하자고 제안했다. 시행되려면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15개 회원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제도는 EU가 2021∼2027년 7년간 선정되는 연구 과제에 총 955억 유로(약 150조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이스라엘은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준회원국 자격으로 연구비 혜택을 받고 있다.
집행위는 호라이즌 유럽의 여러 지원 부문 중 파괴적 혁신 기술 보유 스타트업에 보조금 및 지분 투자 형태로 지원하는 일명 '유럽혁신위원회 촉진 프로그램'(EIC Accelerator)에서 이스라엘을 배제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이를 통해 연간 2억 유로(약 3천200억원)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이달 초 EU·이스라엘 장관급 회의에서 합의된 인도주의적 확대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집행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애초 일일 최소 160대 이상의 구호 트럭을 가자지구로 반입하고 검문소를 추가 개방하는 등 6가지 항목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EU의 판단이다.
이스라엘이 이틀 전 하루 10시간씩 일명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을 발표하긴 했지만 실제 개선됐는지 검증도 불가능하다고 EU 당국자들은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체류 중인 EU 고위 당국자는 29일 화상으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 참여해 "나도 원래 가자지구에 들어가기로 돼 있었지만 (이스라엘이) 승인하지 않았다"며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처는 집행위가 지난달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협력 협정 2조'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린 이후 실질적 대응에 처음 나선 것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협력 협정은 EU와 이스라엘 관계의 법적 기반이다.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이스라엘에 대한 무역특혜 중지나 재정지원 중단 같은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당시 EU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군사작전 과정에서 '당사국 간 관계와 모든 관련 조항은 인권 존중, 민주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는 협정 2조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총 10가지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을 두고 고심해왔다.
다른 고위 당국자는 호라이즌 유럽 자격 중지에 대해 "가자지구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하면서도 비례적 조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제재, 이스라엘과 항공 협정 중단, 정착촌 지역 수입품 유입 차단, 무비자 중단 등 더 강력한 대응이 있는 만큼 연구비 중지는 가장 '약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호라이즌 유럽 중 EIC 프로그램은 이스라엘이 지원 받는 전체 자금 중 극히 일부분인 데다 이마저도 기존 선정 사업은 예정대로 집행된다. 신규 신청 건만 제한된다는 뜻이다.
EU 대응이 너무 늦다는 지적에 "다른 옵션들도 여전히 고려 대상"이라면서도 "(경제)제재의 경우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며 현실적 한계를 털어놨다.
EU 집행위 차원의 대응이 늦어지자 개별 EU 회원국 차원의 움직임도 등장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이스라엘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입국을 금지했다.
네덜란드 외무부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해 정착민들이 폭력을 선동하고 불법 정착촌 확장을 요구하며 가자지구 내 인종 청소를 옹호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도 지난 17일 EU 회원국 중 처음으로 이들 장관을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 입국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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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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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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