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곳곳이 물에 잠기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하천 준설(浚渫)이 이슈로 떠올랐다. 여러 하천이 범람하거나 홍수 위기를 겪었지만, 갑천·유등천·대전천 등 대전 한복판을 관통하는 3대 하천에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서다. 대전에는 지난 16일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최고 188.6㎜의 비가 왔다. 하지만 과거 수시로 접했던 홍수주의보조차 내려지지 않았다. 2018년 8월 28일 150㎜가 내렸을 때 대전 도심이 마비된 것과도 비교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준설 영향이 컸다. 대전시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3대 하천에서 총 68만t의 모래와 자갈 등을 퍼냈다. 덕분에 3대 하천 17.9㎞ 구간 하상(河床)이 최고 1.5m까지 낮아졌다.
효과가 컸지만, 모두가 준설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환경단체는 “하천 생태환경이 파괴된다”며 반대해왔다. “준설로 해충인 깔따구가 생겼다”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환경단체는 1년 전부터 세종시 금강에 천막을 치고 세종보 가동을 막아왔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환경단체를 대하는 자치단체(대전시)와 정부(환경부)의 태도다. 대전시는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준설은 꼭 해야 한다”며 계획대로 진행했다. 환경부는 달랐다. 환경부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0억원을 들여 재가동을 위해 세종보를 수리했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농성하자 보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가 생태계를 복원한다며 2018년 1월 개방한 이후 7년째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세종지역 여론이 통일되지 않아 가동이 어렵다”고 했다. 세종시민 3000여명이 보를 가동해달라며 서명한 명부도 제출했지만,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만장일치 상황이 돼야 가동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농성 중인 환경단체 회원이 세종시민인지부터 의심스러운 데도 말이다. 환경부 장관은 최근 임명되자마자 금강 환경단체 농성장에 달려가 “세종보 완전 개방상태 유지가 바람직하다”며 장단을 맞췄다.
환경부는 충북 미호강 준설 예산도 찔끔 지원하는 데 그쳤다. 미호강은 2023년 7월 범람, 오송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송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목숨을 잃고 많은 차량이 물에 잠겼다. 참사 2년이 지났지만 미호강 준설은 지지부진하다. 충북도는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에 몇 차례 준설을 건의했다. 하지만 지원 예산이 11억원에 불과해 하천 수풀제거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환경단체는 미호강 준설도 반대해왔다.
사정이 이렇자 환경부가 국민보다는 환경단체 편인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이 생명과 재산을 잃어도 ‘환경’에 더 관심을 쏟는 세력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사람에게 도움이 돼야 환경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