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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이 글로벌 보건의 주역 되려면

중앙일보

2025.07.29 08:16 2025.07.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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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전 스탠다드차타드 CEO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한국이 리더십의 새 장을 열고 있는 지금, 세계는 글로벌보건의 전환점에 서 있다. 인류는 지난 수십 년간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3대 감염병인 에이즈·결핵·말라리아에 맞서 큰 진전을 거뒀다. 하지만 정치적 분쟁, 항생제 내성, 인권 침해, 기후 위기, 국제적 재정 축소 등 복합 위기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 동시에 엄청난 기회인데, 한국은 이 기회를 잡을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글로벌 보건 상황, 위기이자 기회
세계보건에 기여하고 산업 선도
미래지향적 담대한 행보 해가길
케냐에서 말라리아 예방접종 주사를 맞는 어린이. AFP

이재명 정부는 한국을 글로벌 보건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챔피언 국가로 만들 수 있다. 글로벌펀드 지원 확대로 국제적 우선순위 재설정과 건강 취약 계층의 필요를 충족해 주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46개국 시민사회의 보건 리더 587명이 서명해 이 대통령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은 한국에 대한 기대와 광범위한 지지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펀드는 지난 20년간 지구촌에서 6500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질병 감소뿐만 아니라 보편적 건강 보장, 보건 인프라 개선에도 기여해왔다. 이런 성과는 한국의 보건안보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하다. 글로벌보건 재정의 갑작스러운 감소, 기후위기, 분쟁은 보건 서비스를 방해해 인류를 질병에 더 취약하게 노출한다. 지속적인 투자가 없다면 에이즈·결핵·말라리아 같은 치명적이지만 예방 가능한 질병의 전파는 다시 증가하고, 발병 통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은 이런 도전에 대응하면서 국가안보, 경제, 국제협력을 동시에 강화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글로벌보건 투자는 한국을 보호해 줄 것이다. 감염병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은 여전히 결핵과 말라리아 부담이 큰 지역에 있다. 특히 인근 국가에서는 약제내성 결핵이 심각한 위협이다. 과거에 사라졌던 말라리아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 지역에서 다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펀드의 질병 감시체계 강화, 조기 경보망 개선, 진단·치료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은 역내 보건안보뿐 아니라 한국의 보건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저·중소득국의 보건 체계가 확장됨에 따라 진단기기, 의약품, 의료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 모두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펀드는 한국에서 8억4900만 달러 규모의 의약품을 조달했다. 한국은 글로벌펀드에 가장 많은 신속진단키트를 공급한 국가이며, 의약품 전체로는 세 번째로 큰 공급국이다. 이처럼 많은 의약품과 의료용품 수출은 인간의 생명을 살릴 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한국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분야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제적 보건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는 혁신이 핵심이다. 한국은 연구 성과를 실질적 성과로 전환하는 능력을 입증해 왔다. 글로벌펀드 같은 파트너와 협력함으로써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동시에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며, 바이오·의료 중심 국가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보건을 지원하면 한국의 전략적 영향력이 커진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을 신뢰받는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다자협력 리더십을 강화하며 국제개발에서 목소리를 높일 기회를 맞았다. 실용적 외교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한국이 글로벌보건에 헌신하면 연대 의지와 목적의식을 전 세계에 분명히 전달할 수 있다.

한국의 기여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년간 글로벌펀드는 에이즈·결핵·말라리아로 인한 사망률을 63%나 줄였다.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낼 기회가 있다. 한국의 지속적 투자는 글로벌펀드와 함께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보편적 건강보장을 확대하며, 미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국제보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한국의 도약은 혁신과 결단력, 적극적인 국제무대 참여로 가능했다. 이재명 정부가 글로벌보건 분야에서 대담하고 미래지향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한국 국민과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전 세계가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글로벌 리더십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전 스탠다드차타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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