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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 협상에선 “기업과 원팀”, 국회에선 옥죄기 입법

중앙일보

2025.07.29 08:28 2025.07.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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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센 상법과 노란봉투법에 경영계 망연자실



주한 유럽상의마저 “한국 철수할 수도” 우려

한·미 관세 협상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미국 투자 펀드 규모와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이견을 타개할 방법으로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 카드가 가능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의 경쟁력 덕이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관심을 보내는 것은 중국의 조선업 견제와 자국 조선업 재건에 동맹국인 한국만큼 적절한 파트너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구상에 기업도 부응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온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도 관세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를 담당하는 주체는 결국 기업들이다. 정부의 대미 협상 SOS에 기업들이 한 팀을 이뤄 대응하는 것은 결국 관세 협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본격적 관세 협상을 앞두고 우리 기업과 ‘원팀’을 이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정부와 여당의 일방통행은 이런 원팀 약속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더 세진’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와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심사, 의결했다. 다음 달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태세다.

각종 규제 입법 추진에 기업은 망연자실이다. 2차 상법 개정안에 담긴 집중투표제에 따르면 이사 선임 과정에 소액주주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소수 지분을 가진 외부 세력이 연합해 경영권을 뒤흔들며 사업 재편 반대와 주요 자산 매각 등 무리한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우려다. 형법상 배임죄 완화와 경영권 방어 수단의 보완 없이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 업체와 노사 교섭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당장 수많은 하청 업체와 협업하는 조선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돼 구조조정이나 공장 해외 이전 등을 이유로도 파업이 가능해지면서 경영에 큰 부담이 생겼다. 기업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주한 유럽상공회의소마저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성장의 엔진이다. 관세 협상의 지렛대가 되는 것도 결국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다. 아쉬울 때는 기업과 원팀을 강조하더니 뒤에서는 기업을 코너로 몰아넣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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